초록빛 초원과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제주. 이곳에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비밀스럽고도 특별한 소가 살고 있다. 온몸이 검은 소 ‘흑우’다. 보통 한우라면 누렁소만 생각하는 우리에게 흑우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빛은 우직함 속에 강인함을 담고 있다. 짧지만 굵은 다리가 근육질의 몸뚱어리를 지탱하고, 생기 넘치는 꼬리와 곧게 솟은 뿔은 흑우만의 근엄함을 뽐낸다.
흑우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왜 흑우의 존재를 모르고 지냈을까. 고려시대 안악 3호분 벽화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흑우가 기원전부터 우리와 함께한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의 진상품이자 나라 제사에 바치는 고귀하고 신성한 제물의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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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EBS1 ‘하나뿐인 지구’는 오늘날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검은 소 ‘흑우’를 소개한다. EBS 제공 |
흑우만큼이나 우직하고 고집스럽게 살아온 집이 있다. 3대째 흑우를 키우고 있는 고완수(72)씨. 이 흑우 농가는 아직도 100년째 내려온 옛 방식으로 흑우를 키우고 있다. 해발 400m의 목장에 도착하면 푸른 산야에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아버지 완수씨에 이어 아들 고우석(35)씨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부자의 노래가 끝나자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던 소떼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들이 앞다투어 흑우를 팔 때 바보 소리를 들어가며 지킨 검은 소. 소는 육십 평생 완수씨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식구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