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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정부는 대책도 없이 일 저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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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촉발된 물류 대란이 확산일로다. 이 회사가 운영해온 선박 141척 중 68척이 어제 기준으로 19개 국가 항만에서 입·출항 금지 등으로 발이 묶여 있다. 화물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북미 지역 해상 물동량 20%를 한진해운 배로 실어날랐던 국내 수출업체, 컨테이너를 제때 옮기지 못한 화주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파장은 글로벌화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을 앞둔 미국 소비업계는 미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 40년간 다진 한진해운 물류 네트워크는 국가 자산이기도 하다. 국가 수출 경쟁력과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한진해운 주력이던 태평양 노선을 중국계 선사들이 노리고 있다.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를 검토한 지는 10개월 됐다. 법정관리는 하나의 선택지였던 만큼 예상 가능한 피해 산출과 대응책을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더욱이 정부는 그동안 “정상화 방안이 실패하더라도 시나리오별 대응책이 있다”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수차 자신해왔다. 그러나 막상 일이 터지자 대책은 고사하고 피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정부가 안이한 대처로 화를 키우고 있는 꼴이다.

법정관리 닷새째 물류 대란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다 겨우 내놓은 방안이라는 것도 한심한 수준이다. 정부는 어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9개 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해수부가 운영 중인 비상대응반을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TF는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고 팀장은 기재부 1차관과 해수부 차관이 공동으로 맡는다. 이번 사태에 대한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처 간 혼선도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법원과의 협의 없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매각 계획을 밝혀 시장 혼란을 주고 있다. 법원은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공개 반박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책임만 주장했고 해수부는 강 건너 불구경했으며 기재부와 청와대는 뒤로 숨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전면에 나서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상위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부처 이견을 조정하는 능력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대상선 등 업계도 적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 선박 압류 등을 막기 위한 법원의 역할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