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활동은 과거 생존의 영역에서 최근 자기만족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들이는 것 아깝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들도 급증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 신경 많이 써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의식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겉모습이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74.1%가 우리나라에서는 옷을 잘 입어야 대접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는 2001년 조사 결과(73.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옷을 잘 입어야 대접을 받는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남성(67.4%)보다는 여성(80.8%), 그리고 20대 이상에서 옷 차림새의 중요성을 보다 많이 체감하는 모습이었다.
전과 달리 외모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람들(47.8%)이 2001년(39.8%)보다 증가한 것이다. 최근 외모가 개인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외모를 가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태도는 10대(55.6%)와 20대(61.4%) 젊은 세대에게서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2001년에 비해 여성(01년 42.9%→16년 51.1%)뿐만 아니라 남성(01년 36.8%→16년 44.4%) 역시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이제 남성에게도 외모관리가 중요해진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실제 남자도 향수나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01년 39.3%→16년 53.8%), 남자가 염색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01년 42.2%→16년 57.4%)는 인식이 2001년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밖에 아름다움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01년 32.7%→16년 36%) 역시 소폭 증가했다. 남성(27.6%)보다는 여성(44.3%), 그리고 20대(45.6%)가 성형수술에 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 꾸미는데 돈 들이는 것은 'OK'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자기관리에 투자를 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커진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였다. 먼저 자기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들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소비자가 44.7%로, 2001년(26.6%)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등 모든 연령대에서 자신의 외모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성향이 2001년보다 짙어졌다. 여성(01년 30.4%→16년 51.5%)만큼 남성(01년 22.8%→16년 37.8%)도 외모관리에 비용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부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53.3%)도 15년 전(37.4%)보다 훨씬 많아졌다. 역시 여성(01년 49.3%→16년 65.4%)뿐만 아니라 남성(01년 25.5%→16년 41.2%)도 피부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으며, 40대(01년 33.3%→16년 47%)와 50대(01년 28.7%→16년 50.6%) 중장년층의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패션경향이 강해진 것도 눈에 띈다. 옷이나 구두 등에 뚜렷한 자신만의 개성이 존재한다는 소비자(42.9%)가 2001년 조사(32.1%)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50대가 옷이나 구두 등에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았으며, 2001년과 비교했을 때 그 변화 폭(01년 24.7%→16년 50%)도 가장 큰 특징을 보였다.
옷에 따라 구두와 넥타이, 액세서리 등을 맞춰 입으면서(01년 44.4%→16년 53.8%)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실제 전체 50.4%가 주변 분위기와 상관없이 나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는 편이라고 응답할 만큼 개성을 추구하는 패션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먹는데 돈 아끼지 않는다"
식생활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과거보다 먹는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 보다 적극적으로 음식문화를 소비하려고 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먼저 2016년 현재 소비자의 절반 이상(52%)은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1년 조사(43.5%)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결과로, 다양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즐기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남성(46.6%)보다는 여성(57.4%), 그리고 젊은 세대가 음식을 사먹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보다 많이 보였다. 다만 50대 소비자의 경우에도 2001년보다는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응답(01년 33.3%→16년 48.2%)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음식소비 문화가 이제는 젊은 층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전체 2명 중 1명(48.9%)은 평소 요리 관련 뉴스나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찾아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15년 전인 2001년(35.9%)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요리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즐겨보는 것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먹방’이나 ‘쿡방’의 인기와도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특히 2001년에 비해 여성(01년 51.5%→16년 58.4%)보다 남성(01년 20.1%→16년 39.4%)의 음식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주목할만한 변화였다.
또한 집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을 찾아나서는 것도 최근 뚜렷해진 식생활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음료나 식품이 나오면 사먹어 보고(01년 35.4%→16년 48.3%),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 다니며(01년 40.7%→16년 48%), 비싸더라도 분위기가 좋은 음식점을 찾는(01년 21.3%→16년 28.2%)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주로 인스턴트 음식 즐겨 먹어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일상적인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실제 식생활은 오히려 더 건강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인스턴트 식품이나 군것질을 즐겨먹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2001년에 비해 평소 간식이나 군것질을 즐기고(01년 46.1%→16년 55.6%),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는(01년 34.8%→16년 45.1%) 소비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간식 및 군것질과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는 식습관이 매우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컵라면 등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먹고(01년 32.9%→16년 39.6%), 점심으로 햄버거나 치킨을 종종 이용하는(01년 26.3%→16년 31.4%) 사람들도 전보다 많아졌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가구의 경우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고(48.9%), 컵라면 등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51.6%)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점도 주목해볼 모습이었다.
그밖에 사회전반적으로 스파게티나 피자를 좋아하고(01년 41.8%→16년 57.4%), 떡볶이나 튀김 등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01년 42.5%→16년 56.6%) 사람들도 많아져 우리사회의 입맛이 보다 서구화되고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집에 대한 소유욕 ↓…도심에서 거주 희망하는 건 여전
주거생활과 관련해서는 집에 대한 소유욕이 줄어들고, 도심에서의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였다. 특히 2001년에 비해 내 집 마련 욕구가 많이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3.1%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집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는데, 이는 2001년(73.3%)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결과다.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와도 다름 없었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01년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집의 소유욕이 비슷하게 높았던 데 반해, 올해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내 집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구입비용이 매우 높아진데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소비자는 24.6%에 불과했으며, 집은 거주공간이라기 보다는 투자 대상이라는 의견은 11.1%에 그쳤다.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2001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43.4%가 복잡하더라도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2001년(34.7%)에 비해 도심 거주 욕구가 커진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남성(36.9%)보다는 여성(49.8%), 그리고 젊은 세대가 복잡함을 감수하고라도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의향을 더 많이 나타냈다. 반면 교통이 불편해도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하거나(01년 56.6%→16년 47.4%), 다소 멀고 불편해도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01년 55.2%→16년 45.6%) 바람은 줄어들었다. 다만 50대의 경우에는 공기 좋은 곳(01년 64.1%→16년 63.2%)과 전원주택(01년 61.8%→16년 57.4%)에서의 거주의향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개인공간 중시…'홈 인테리어'에도 관심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 중에서는 개인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커진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같은 평수라면 방의 개수가 적더라도 큰 방이 있는 집이 좋다는 의견이 41.6%로, 2001년(77.6%)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방의 개수가 많아서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보다 벽이 없는 원룸 형태의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의견(01년 30.7%→16년 18.2%)이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리사회의 개인화 성향이 심해지고, 나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그밖에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의향(01년 51.3%→16년 55.9%)이 2001년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또한 양옥보다는 한옥주택이 좋다는 의견이 증가한(01년 25.5%→16년 30.7%) 반면. 침대보다는 온돌이 좋다는 의견은 감소해(01년 38.2%→16년 26.2%) 다소 상반된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 인테리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으나, 2001년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실내 장식에 대한 관심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내장식에 신경을 쓰고 있거나(01년 43.8%→16년 35.2%) 잡지나 신문에서 실내장식과 관련된 내용을 관심 있게 본다(01년 48.2%→16년 41.6%)는 소비자가 모두 줄어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접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집안 가꾸기를 좋아하고(01년 34.7%→16년 32.4%), 가구배치나 장식 등을 자주 바꾸는(01년 23.4%→16년 18.2%) 소비자도 감소했다. 다만 집안장식은 단순한 것이 좋다는 생각(01년 72%→16년 72.7%)만은 변화가 없었다.
10명 중 6명 정도(56.8%)가 지금 사는 곳의 실내공간을 바꾸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낼 만큼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정도가 막연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거나 기본적으로 실내 장식에 대한 욕구 및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