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같이 말기신부전 여성 환자들 중 임신을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다.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임신 성공률이 낮을 뿐 아니라 신장 기능이 약화돼 어렵게 임신을 하더라도 유산이나 임신중독증과 같은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산모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거나 요독수치가 높아질 경우 임신 40주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다. 만성신부전 환자의 자녀가 저체중아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됐던 만성신부전 환자 5명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연이어 출산에 성공했다. 의료진은 전보다 철저한 혈액 투석과 임신 관리만이 성공적인 출산으로 가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남 모르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만성신부전 산모를 대상으로 임신, 출산 경과를 관찰했다. 신장내과 양철우·장지연, 소아청소년과 성인경, 산부인과 신종철 교수팀은 2012∼2014년 사이 평균 출산 나이 36.2세의 산모 5명을 임상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평균 임신 주수는 32.7주였다. 이 가운데 4명은 투석치료를 받던 중이었고, 1명은 투석 직전의 말기신부전 환자였다. 2명은 출산 경험이 있었는데, 이 중 1명은 신장이식 수술 후 첫째 아이를 출산했고, 이후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 중 40세에 둘째를 임신했다. 3명은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으나 자연유산의 경험이 있었다.
의료진은 기존에 시행하던 혈액투석 방식을 조금 바꿔 적용했다. 산모들은 임신기간 동안 평균 주 5회 이상의 집중적인 투석을 받았다. 한 번 투석을 하는 데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탓에 혈압이 떨어지는 등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짧은 시간 내 충분한 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횟수를 임신 전 주 3회에서 5∼6회로 늘린 것. 또 조혈호르몬 투여량을 늘려서 빈혈을 없애고, 산모들의 몸무게를 정상체중으로 늘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출산 후 1명의 신생아는 합병증 없이 정상 퇴원했다. 1명의 신생아는 출산 예정일에 맞춰 태어났고, 3명의 신생아는 산모가 임신중독증으로 조산했지만 신생아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하지만 양철우 교수는 임신을 원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아직까지 임신을 권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비록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만성신부전 환자도 건강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철저한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양 교수는 “철저한 투석관리와 주도면밀한 고위험 임신 관리를 전제한 상태에서 합병증 없는 성공적인 출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경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임신중독증과 조산에 따른 신생아의 합병증이 높다”며 “신장내과, 산과, 신생아 전문의 간의 긴밀한 다학제 진료가 중요하고, 특히 체계화되고 전문적인 신생아 중환자 관리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