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뻣뻣하고 아픈 허리 … 혹시 ‘강직성 척추염’?

초기 증상 불분명 …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
다른 부위에 염증 번지면 안질환 등 유발
디스크로 오인해 치료 시기 놓치기 일쑤
관절 변형 땐 회복 어려워 조기발견 중요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대학생 A씨는 얼마 전부터 허리 쪽의 통증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도 찌릿찌릿하는 등 불편한 느낌이 있었지만 신체 활동을 하거나 진통제를 복용하면 잦아들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꼬리뼈 쪽까지 통증이 퍼지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들은 이처럼 갑자기 등을 바로 세우기가 힘들고 목이 뻣뻣해진다면 ‘강직성 척추염’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3만2051명이던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2015년 3만8469명으로 20%나 늘었다. 남자 환자가 여자보다 2.2배 많았고, 특히 20∼40대 남성이 67%를 차지해 젊은 남성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잠을 자는 도중 허리가 아파 깨어나거나 아침에 허리에 뻣뻣함과 통증이 느껴진다면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원인 명확지 않아 조기 진단 중요

강직성 척추염은 쉽게 말해 척추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고,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동반한 뻣뻣함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다리 관절이 붓고 아프기도 하며 허리를 굽히고 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 주로 자고 일어난 후 아침에 허리에 뻣뻣함과 통증을 느끼며, 움직이면 자기도 모르게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 염증물질이 척추 쪽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염증물질이 척추와 관절에 통증을 발생시키고 관절에 변화를 일으켜 관절들 간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척추가 뻣뻣하게 굳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김용길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 생소한 질환이라 허리통증과 엉덩이 통증을 자칫 흔한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강직척추염은 포도막염, 염증성 장질환 건선 등이 동반될 수도 있고 관절의 변형이 시작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꾸준한 약물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기본으로 투여한다.

수면 중 허리 통증으로 잠을 깨는 일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 중이나 운동 후 통증이 호전되는 증상이 반복되면 가까운 류마티스 내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가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증상을 살펴보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 치료는 약물과 함께 적절한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척추에 이상 없다고 방심은 금물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생기는 질환으로만 생각되지만, 척추 외 다양한 신체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직성 척추염을 일으키는 염증물질이 장이나 눈, 피부 등을 침범하면 염증성 장질환, 포도막염, 건선 등 질환이 나타난다.

23세 남성 B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얼마 전 홍채염이 재발해 방문한 안과에서 “강직성 척추염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의 전신을 살피던 의사가 젊은 나이에 강직성 척추염의 대표적 증상인 엉덩이 통증을 눈여겨본 것이다. 다행히 그는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B씨와 같은 조기에 진단받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주 증상에 초점이 맞춰지는 탓에 강직성 척추염을 처음부터 의심하기 쉽지 않기 떄문이다. 또 통증이 있어도 진통제로 버티는 환자가 많아 병원을 찾을 정도면 이미 강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팀은 2008년부터 8년간 이 병원을 찾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 117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전체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7.2%가 진단 시 이미 흉추까지 염증물질이 침범된 상태였다. 이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일반적으로 척추를 침범하기 시작할 때 양쪽 엉덩이뼈가 번갈아 가면서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진단을 놓치면 흉추를 침범할 때까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강직성 척추염이 흉추를 침범하게 되면 가벼운 기침에도 흉통이 있고, 손으로 누를 때도 통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요법과 운동요법을 함께 병행하는 것은 물론 척추의 변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강도의 가벼운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칭 등 뻣뻣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운동, 수영이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 및 적절한 근력운동이 비정상적인 자세로 굳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교수는 “한번 강직이 온 척추는 회복이 어려워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강직성 척추염은 신체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초기 진단이 쉽지 않아 여러 과가 협진을 통해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