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의 한 대형 택배업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A(29)씨는 매일 11시간 이상 물건 분류 작업을 한다. 점심·저녁식사 시간까지 포함하면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그중 휴식 시간은 고작 30분. 그는 인간이 아닌 기계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급에 야근수당까지 포함돼 있어 작업이 느려져 추가 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는 “근로기준법 위반인 것을 알아도 업계 관행으로 통하니 개인이 문제제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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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지난해 9∼12월 7개 대형택배 업체의 물류센터와 하청업체 등 250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한 결과 202곳이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파견법 등)을 위반했다고 19일 밝혔다. 5곳 중 4곳이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설을 앞두고 밀려드는 소포와 택배를 처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KG로지스, 로젠택배, KGB택배, 우체국택배 등 주요 업체 대부분이 노동법을 지키지 않았다. 이들 대형 택배업체의 경우 운영 대부분을 하청업체에 위탁했고 하청업체가 다시 물류 상·하차 업무를 2차 하청업체에 재위탁했다. 2차 하청업체가 상·하차 업무인력을 단순 모집한 뒤 현장관리인을 두지 않고 물류센터에 인력을 공급하면, 1차 하청업체가 이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형태의 불법 파견(위장 도급)이 이뤄졌다. 원청의 책임이 약한 복잡한 하청 구조로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산업안전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곳도 태반이었다. 고용노동부가 7개 대형업체를 포함한 62곳을 감독한 결과,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이 48곳에 달했다. 3곳 중 2곳이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안전보건교육 미실시(34건)가 가장 많았고 근로자 건강진단 미실시(18건), 안전 조치 미흡(29건), 안전·보건 관리자 미선임(14건), 안전보건표지 미설치(6건), 중량 표시 위반(5건) 등도 나타났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