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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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확성기·여정·법치…', 광장의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란

매주 토요일, 광장이 들끓고 있다. 한쪽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서두르라 하고, 다른 한쪽은 탄핵을 결단코 막아서겠다는 기세다. 평행선을 그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저마다의 생각대로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기를 염원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란 어떤 모습일까. 11일 매서운 추위를 뚫고 촛불집회, 태극기집회를 찾은 참가자들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집회에 참가하는 의미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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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이다영(17), “민주주의는 ‘확성기’다.”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러 올 수도 없었을 거예요. 민주주의는 우리 같은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도 들릴 수 있게 해주는 확성기입니다. 주위 어른들이 ‘가면 돈이라도 주냐’라고 얘기도 하셨지만 촛불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왔어요.”

여고생 금지혜 (17), “여정이다.”

“모두가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가는 여정인 것 같아요.” 

여고생 유인정(17), “북극성이다.”

“어두운 밤에 길잡이가 돼주는 북극성처럼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이끌어주는 표지인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로 향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만화가 박재동(64), “공기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잖아요.”

하동현(41), “평등이다.”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잘못한 것에 대해 특혜를 받아도 되는 건가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정한 처분을 받아야 합니다.” 

회사원 김용식(50), “미래다.”

“3살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저에게 민주주의는 미래입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 약자들이 거리낌없이 어울려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민주주의와 같은 정의로운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규태(65), “생명수다.”

“독재자가 다스리는 나라는 길게 살지 못합니다. 북한 보세요. 김일성 때문에 나라가 저꼴이잖아요. 박 대통령 내일이라도 내려와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살아야 나라도 삽니다.”

탈북자 김다현(34·여·가명), “법치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는 법의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북한에서는 수령님 호칭만 안 써도 붙잡혀 가는데 남한에서는 대통령 비판다고 아무도 붙잡아가지 않잖아요. 하지만 대통령 비판도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야합니다.”

중학생 윤재정(13), “표현의 자유다.”

“나라를 위해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으니까요. 김정은 비판하면 붙잡혀가는 북한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도, 기각을 주장해도 상관없는 민주주의 국가를 살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민주주의국가에 살면서 북한과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촛불집회 사람들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의신(73), “제한된 자유다.”

“남한테 피해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관대로 행동하고 말해야 해요. 표창원 의원의 대통령 누드화 전시는 제한된 자유를 넘어섰습니다. 태극기집회,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법이 정한 자유의 제약을 어기지 않고 충돌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권지현·이창훈 기자 macar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