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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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힘들고 아픈게 중요한가?"… 최강 한파도 막지 못한 6070 촛불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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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광화문역 한 출구 앞에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장구하(71)씨.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촛불집회에) 나오게 됐다.”

스스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기득권층”이라고 밝힌 장씨는 젊은이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랐다. 그는 “우리 사회가 사악한 사람들이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15차까지 열린 촛불집회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노년층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자식과 손자 세대들이 살아갈 한국 사회가 좀 더 나아진 모습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한국의 보수를 떠받치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간주되는 그들이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는 누구보다 뜨겁다. 차가운 날씨에 오랫동안 집회에 참가하는 게 건강에 부담이 되지만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촛불을 드는 이유다.

임모(67·여)씨는 3차 때부터 빠지지 않고 집회에 나오다 몸살이 나서 지난해 연말 이후 한동안 빠졌다.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광장에 나와있었던 게 힘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쉬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집회에 참석했다. 임씨는 “기성세대로서 이렇게 어수선한 나라를 물려줘서 젊은세대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며 “몸살들고 감기든게 중요한가. 촛불집회에 머릿수를 하나라고 보태려고 할아버지랑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황웅성씨는 자식, 손자 세대가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표현했다.
황웅성(60)씨도 2주전 감기에 단단히 걸려 일주일 가량을 누워있다 이날 다시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 그는 계속 탄핵기각론이 떠도는 게 불안했다고 한다. 황씨는 “이거 안 되겠다 걱정이 들어 힘 보태러 나왔다. 대통령직이라는 공직을 이용해 자기 친한 사람의 이익을 챙겨줬다는 점이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심장에 지병을 갖고 있는 조정일(62)씨는 “집에서 TV로 대통령의 뻔한 거짓말을 보고 있으면 더 아프고 답답하다”고 했다. 15번의 집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그는 “(박 대통령측의) 시간끌기 전략에 울화통이 터진다. 몸은 아파도 밖에 나와야 더 마음이 편하다”며 행진 대열로 나아갔다.

 글·사진=권지현 기자 macar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