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4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50~70대 장년층을 중심이 된 ‘제 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렸다. ‘태극기 집회’라는 별칭답게 참가자들의 손에는 미니 태극기가 들려있었고, 태극기를 망토 삼아 몸에 두른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왔다는 이모(57)씨에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해 묻자 “언론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일을 잘 못해서 경제 지표들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못해진 것은 없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가 살기 힘들었지 않느냐. 지금은 그때보다 낫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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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의 말대로 박근혜 정권 들어 경제는 성장한 걸까. 지난해 12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며 외친 ‘4·7·4(4% 성장·70% 고용률·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공약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출범한 2013년 이후 3년간 경제성장률 4%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3%대 성장도 2014년(3.3%) 단 한 번뿐이었다. 2013년엔 2.9%, 2015년은 2.6%였다. 지난해도 2.7%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2.5%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1961년 이후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3%를 밑돈 적은 없었다.
고용률 70%도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고용률은 2012년 64.2%에서 올 3분기 66.5%로 2.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실업자는 더 늘었다. 2012년 82만명이던 실업자는 지난해에는 98만500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실업률도 3.2%에서 3.6%로 뛰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서는 ‘박정희 향수’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안성에서 온 조모(68)씨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 경제성장은 눈부셨다.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잘 살게 된 것이다”라면서 “그런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선 온 박모(65)씨도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이 힘들게 살던 과거를 어찌 아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 국민이 단결해 일군 게 대한민국이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이 정도로 먹고 살게 된 것도 모르고 설치는 젊은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