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들조차 대체로 환경·에너지 분야는 ‘공부가 덜 됐다’는 인상을 풍겼다. 다양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 방안 등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미세먼지(PM2.5) 등 대기오염물질 환경기준 강화와 예보 신뢰도 제고, 석탄화력 발전량 감소 등을 주요 대책으로 내놨다. 그는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 9기의 건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30% 이하로 떨어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인다면 원전·석탄화력 발전량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석탄화력발전 신규건설 중단과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강화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 왜곡 해소와 재생에너지 활용을 각각 주요 대책으로 꼽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미세먼지나 노후 경유차에 대한 대책은 정작 뒤로 밀렸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중국과의 환경외교 강화와 사업장·건설기계·석탄발전의 문제점 등을 두루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도 중국과 공동 대응하겠다는 구호 수준이다. 경유차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주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석탄화력 중심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을 뿐 노후 경유차나 사업장, 건설기계 등 여타 배출원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경주지진을 계기로 국민 관심도가 높은 원전 증설 여부도 마찬가지다. 4명 모두 원전 비중을 줄여 탈핵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문 전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로 40년 후에는 탈원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에너지팀 김세영 활동가는 “현재 공사 중인 신울진 2호기의 수명은 2079년까지”라며 “원전 조기폐쇄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40년 후 탈핵은 선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 필요’, 안 전 대표는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 지양’이라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썼다. 유 의원은 현재 건설 중인 원전(신고리 5·6호기, 신울진 1·2호기)을 제외한 미착공 원전은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갈수록 녹조현상과 수생태계 파괴가 심해지면서 4대강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 주자들도 ‘4대강 사업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총론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해결책을 놓고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문 전 대표는 조사·평가를 거쳐 필요하면 보를 전면 철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는 정부가 보 개방을 확대한 배경에는 충남도의 요구가 있었다고 강조하고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문 개방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보의 유지부터 수문 개방, 보의 철거를 모두 선택지에 올려놨다.
유 의원은 “보의 철거가 이미 과거와 달라진 4대강 유역에 주는 영향, 보의 철거가 하천에 주는 생태적 부담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밖에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높아진 생활 속 화학제품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이들이 내놓은 대책도 비슷했다. 위해우려제품 지정 확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강화, 소비자 눈높이 정보 전달 등이다.
안병옥 소장은 “각 대선주자의 환경·에너지 분야 답변을 구체성과 일관성, 실현가능성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 공약이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