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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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서 압승 거둔 安…'안철수 신드롬' 재현 시동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광주·전남·제주에 이어 26일 전북에서도 압승, 호남권 경선에서 대승하며 당내 경선 우위를 굳혔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거점투표소인 전주실내체육관을 비롯한 전북 21곳 투표소 개표 결과 총 투표수 3만382표 중 2만1,996표를 획득, 72.39%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유효투표수인 3만287표를 적용하면 안 전 대표 득표율은 72.63%다.

전날 치러진 광주·전남·제주 득표를 누적하면 안 전 대표는 호남경선에서 총투표 9만2,823표 중 5만9,731표를 쓸어담았다. 누적 유효투표수 9만2,463표를 적용한 득표율은 64.60%에 이른다.

전날 광주·전남·제주에서 안 전 대표에게 2만표 이상 뒤지며 패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날 전북 경선에서도 7,461표를 얻어 유효투표수 기준 24.63%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830표를 얻어 2.74%의 득표율을 보였다.

호남 당원 비중이 높은 국민의당은 25~26일 이틀에 걸쳐 치러진 광주·전남·제주, 전북 경선이 사실상 전체 경선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이때문에 안 전 대표가 2년 동안 전남 강진에서 기반을 다진 손 전 지사와 광주 다선 현역인 박 부의장을 호남에서 맥없이 무너뜨리자, 사실상 당 후보는 안 전 대표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손 전 지사의 경기지역 지지기반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경기지사 재임 시기는 2002~2006년으로, 무려 10~15년이 흘렀다는 점에서 기존 지지기반이 의미 있게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전국적 인지도에 미뤄 수도권과 서울에선 안풍(安風)이 더 거세리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나아가 호남에서의 압승을 기반으로 안 전 대표의 당내 '대세론'이 굳어져, 향후 순회경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표가 더 몰릴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틀에 걸쳐 진행된 광주·전남·제주 및 전북권역 경선에 각각 6만2,441명과 3만382명, 도합 9만2,823명의 선거인이 몰리면서 국민의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흥행하는데 자당은 밀리고 있다는 내부적 위기감과, 새로운 투표방식이 사고를 일으켜 오히려 '경선 파문'이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을 털어낸 눈치다.

아울러 4·13 총선 당시 호남에서의 승리를 이끌어냈던 '반문정서'가 다시 살아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전두환 표창 논란', '부산대통령 발언' 등을 계기로 그간 여론조사 지지도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솟구치며 폭 넓은 투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평이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해온 '문재인 대 안철수 1대1 구도'라는 슬로건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로 연결됐고, 상당수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경선 흥행을 통해, 정권교체 요구가 강한 조기대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별도 노선을 고수할 명분이 확립됐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이와 관련 "경선이 대박이 났다. 누가 호남에서 우리 국민의당 후보를 위해 이렇게 투표해줄까를 예측했나"라며 "위대한 우리 호남민들은 다시 한 번 국민의당이 집권하라는 기회를 줬다"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 전의 '안철수 신드롬' 재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안 전 대표가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성 정치인들을 넘어서는 지지도를 보였던 상황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와 관련, 경선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