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결혼식장 입구에서 축의금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착된 지 오래고 언젠가부터 액수를 고민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됐다. 청첩장을 주고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그것 때문에 인간 관계가 끊어지기도 한다. 축하의 의미보다 ‘네가 낸 만큼 나도 낸다’는 거래의 일종으로 변질되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취업준비생 정모(28·여)씨는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착잡하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축의금 5만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참석해 축하해줘야 할 사이가 아니면 결혼식에 불참하는 일도 적지 않다.

정씨는 “축의금을 낼 돈이 없어 고등학교 친구 결혼식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가지 않았다”며 “다른 친구를 통해 그 친구가 서운해했다는 얘길 들으니 연락조차 못하겠더라”라고 털어놨다. 반드시 참석해야 할 결혼식에 가려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정씨는 “대학 때 아주 친했던 언니가 최근에 결혼을 했는데, 축의금 10만원을 만들려고 주말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빨리 취업해서 축의금에 구애받지 않고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26일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녀 438명 중 ‘청첩장을 받으면 부담된다’고 답한 이들은 63%나 됐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애매모호한 관계’(35%)를 꼽았고, ‘경제적 부담’이라는 응답자도 19%에 달했다.

지난해 결혼한 문모(33)씨는 “결혼식 때 축의금 보낸 이들의 이름과 액수를 정리해뒀다. 내가 축의금으로 10만원을 낸 사람이 내 결혼식엔 5만원을 한 것을 확인했을 때는 기분이 좀 나쁘더라”고 말했다.
다음달 초 결혼을 앞둔 손모(34)씨는 최근 매일 밤 술자리를 갖느라 피곤하다. 결혼을 급히 서두르면서 청첩장을 전달할 시간이 모자라 결혼식에 초대할 친구, 회사 동료, 선후배들과 ‘청첩장 모임’(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한 식사모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도 있어 반갑기는 하지만 모임이 끝난 뒤 계산대 앞에 설 때면 굳어지는 표정을 감출 수 없다. 결혼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인지라 괜찮은 식당을 잡다보니 모임을 할 때마다 30만~40만원이 든다.

그러나 청첩장을 받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청첩장 모임을 여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지인의 청첩장 모임에 참석한 김모(33)씨는 “친한 사람들에게는 청첩장을 직접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결혼식에 시간을 내어 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인 만큼 밥 한 끼 정도 사는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나 싶다”며 “모바일 청첩장 하나 달랑 보내오면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딱 사라진다. 예의의 문제이고 오랜만에 지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생기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