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외국어고·국제고 학부모들이 27일 서울 이화여자외고에서 열린 전국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외고·국제고 폐지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채 문재인정부의 고교 교육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모임에 참가한 명덕외고 학부모 이모(44·여)씨는 “아이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학교에 들어갔는데, 외고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누리는 집단으로 매도되는 상황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최진관 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부산 부일외고 교장)은 “학부모들이 항의집회 등 단체행동이나 동문회를 활용한 폐지 철회 촉구, 법적대응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자사고교장협의회와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외고교장협의회 등이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거나 집회를 열었지만 외고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학부모들과 연대해 외고·자사고 폐지 반대 운동을 전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새 정부에 대통령 교육공약 이행방안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 공약과 일부 교육감 발표에 혼란이 거듭되면서 중학교 3학년과 학부모들은 당장의 해법을 찾아 사교육에 몰리고 있다”며 “교육부는 직무유기를 중단하고 관련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일 새 정부에 교육정책을 제안할 때 ‘사이비 다양성’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외고·자사고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조희연 교육감은 이전과 다소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조 교육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과도기적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악순환의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며 “외고·자사고 폐지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일반고를 공교육의 중심에 확고히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이 외고를 졸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에는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며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처음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조 교육감의 입장 변화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이 연일 이어지고, 학부모들이 조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교육감의 달라진 태도가 서울시교육청의 일부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향후 정부 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서울교육청은 28일 서울외고와 장훈고, 경문고, 세화여고, 영훈국제중 등 5개 학교의 재지정 여부를 발표한다.
한편 진보 성향의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고·자사고 등 특권학교를 폐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라”며 “서울교육청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외고·자사고 학부모들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주영·송민섭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