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범(30)씨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출처=인스타그램 `jbkwon.photo` |
경기 고양에 사는 나연진(30)씨는 디지털시대인 요즘 구식인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사진의 결과물이 바로 나오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어떤 사진이 찍혔을까하는 기대감을 품고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씨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다가 최근 10년 전에 구입한 필름카메라(미놀타 X300 모델)를 다시 꺼냈다”면서 “감성적인 느낌이 좋아 필름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다니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서울에 사는 권종범(30)씨도 지난해 필름카메라(야시카 맷 모델)를 구입했다. 그는 필름카메라의 매력으로 ‘감성, 색감, 현상의 기다림, 카메라의 수명’등을 꼽았다. 권씨는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그는 “필름카메라는 일종의 ‘감성팔이’라며 신중하게 찍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지금 ‘필름카메라’의 향수를 다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는 이창환(45)씨는 “하루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 중 5명은 필름카메라를 찾는다”면서 “그 손님들은 20~30대이고 그들은 필름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름카메라 중에서도 인기 있는 모델이 있다”며 ‘니콘 FM2, 미놀타X700·300, 캐논AE1, 펜탁스MX·ME슈퍼’ 등 카메라를 전시대에 나열했다.
현재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디지털카메라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필름카메라 모델은 대부분 단종 된 상태다. 그런 이유로 필름카메라는 거의 중고로만 거래가 되고 있다. 카메라 판매상 이씨는 “몇몇 모델은 많은 인기에도 구하기가 힘들다”면서 “희귀 모델들은 일본시장에서 중고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한 카메라판매점에 진열된 '필름카메라'들 |
실제로 인터넷 오픈마켓에는 하루 200건 이상의 필름카메라 거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몇몇 인기 모델은 수요에 비해 수량이 적어 가격이 몇 배나 뛰었다. 과거 30만원 대에 출시된 콘탁스T3 모델의 경우 유명 연예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필름카메라’로 마니아 사이에 알려져 현재 150만원내외로 거래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장롱 속에 모셔놓은 오래된 카메라를 다시 꺼내는 사람도 늘었다.
지난 27일 만난 서울 중구에서 30년 넘게 카메라 수리점을 운영해온 한종욱(55)씨는 “젊은 친구들이 부모님 카메라를 가져와 고쳐달라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리 맡긴 카메라들을 들어 보였다.
그는 “필름카메라는 매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면서 “요즘 사진관에선 필름 사진을 인상할 때 파일을 CD로 넣어주기 때문에 디지털 자료로도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카메라 수리점을 운영하는 한종욱(55)씨는 자신이 수리중이던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을 꺼내보였다. |
필름 카메라의 인기와 맞물려 필름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필름제조업체인 후지필름에 따르면 후지 컬러 필름(후지필름 C200)은 지난해 상반기(1~7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판매량이 30%나 증가했다. 또 후지필름의 일회용 필름카메라(퀵 스냅)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나 성장했다.
후지필름 관계자는 “(필름 수요 증가에 대해) 디지털시대에 특별하게 느껴지는 필름 사진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보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도 한정판으로 나온 옛날 디자인의 일회용 필름카메라 열풍이 일었을 정도로 필름사진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사진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사진은 필름 사진의 화질을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사진을 확대해보면 작은 픽셀로 쪼개져 있지만 필름은 액체와 약품으로 돼 있어 픽셀로 나눠지지 않는다”면서 “요즘은 감성사진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아날로그 카메라만이 갖는 레트로, 향수 등의 요소가 최근 인기의 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