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때 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양국 관계 급랭엔 미국 내의 ‘러시아 스캔들’ 정국, 미 의회의 북한·러시아·이란 일괄제재 법안 가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9일(현지시간) 양국 언론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날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핵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곧 반박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는 TV방송 RT 인터뷰에서 “(틸러슨 장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인들이 스스로 북한 주변 긴장이 유지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긴장은 다른 문제들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하 양원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는 이에 대해서도 즉각 보복 방침을 피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이 오만하게 다른 나라의 입장과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며 러시아 주재 미국 공관 직원 축소, 미국 외교자산 압류 등의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측에 9월 1일까지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숫자를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숫자와 맞출 것을 제안한다”며 “이는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공관 직원이 455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형식상 제안이지만 사실상 미국 외교관 추방 명령을 내린 것이다. 러시아 관영 TV방송 ‘로시야 1’은 이날 “축소되는 미 공관 인원이 745명에 이른다”며 “미국인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러시아인 직원은 해고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갈등을 고조시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러시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나를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군사력과 저유가를 원했던 자신은 러시아가 좋아하지 않은 공약을 제시한 후보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美·러 관계 급랭 / 틸러슨 “북핵 문제, 中·러에 책임” / 대러 추가제재 법안 시행 임박 / 러 “자국 주재 美 외교관 감축” 발표 / 사실상 수백명 추방 명령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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