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한의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에 대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왔다”고 판단함에 따라 대북 레드라인(금지선)의 구체적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드라인을 넘느냐는 한반도 정세의 성격을 바꾸는 전략적 판단이기 때문에 한·미 당국 모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28일 밤 기습 발사한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되면 (레드라인의) 임계치”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일 북한이 ICBM급 화성-14 1차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에서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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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북한의 미사일 기습 발사와 관련해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완성해 미 본토 전역을 사거리 안에 둘 때가 레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30∼45도의 정상 각도로 쏠 경우 미 동부와 남부를 제외한 본토 상당지역을 사정권에 둔다고 본다. 청와대가 이번 도발을 레드라인 임계치로 판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레드라인이 명확히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 측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ICBM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30일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이 동부 시카고와 뉴욕까지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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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가 28일 오후 11시41분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진행된 2차 시험발사에서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
청와대와 군 당국이 구체적인 레드라인 기준을 밝히지 않는 것은 정책적 수단을 넓혀 놓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미·일 당국이 레드라인의 구체적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상징적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폴란드를 방문해 “나는 레드라인을 긋지는 않는다”고 했다. 특히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판정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더 강한 채찍(제재·압박)과 더 큰 당근(체제 보장)을 적절히 제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문 대통령 구상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