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직장인 박모(31)씨가 안양의 한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기고 있다. |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 블리자드는 지난달 31일 기존 그래픽을 대폭 개선한 ‘리마스터’ 버전의 정식 출시에 앞서 한국 PC방에 게임을 선공개 했다. 이에 블리자드의 로버트 브라이든베커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PC방만 ‘리마스터’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20년 전 시작된 게임이지만 20년 뒤에도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주고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공개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안양 일대의 6곳의 PC방을 취재한 결과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PC방당 5~10명 정도만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기고 있었다.
한 PC방 사장은 “주말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스타크래프트의 바뀐 아이콘을 보고 출시됐냐며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던 세대가 현재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에 평일에 PC방을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경기 안양의 한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기고 있던 학생들. |
주위를 둘러보니 상당수 고객들이 요즘 유행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나 ‘오버워치’를 즐기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가 1998년 출시된 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만큼 유행하는 게임 장르도 다소 변한 듯 보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던 대학생 김모(21)씨는 “스타크래프트는 어릴 때 해봤다”면서 “호기심은 생기지만 평소 하던 게임이 아니라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이들은 “리마스터 버전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가산동의 한 IT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이진영(34)씨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 내기를 하기위해 PC방을 찾았다”면서 “(우리) 이전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로 당구가 있다면 우리 세대에는 스타가 있다”면서 마우스를 바삐 움직였다.
그는 게임을 하는 동안 리마스터 이전과 이후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F5'키를 연신 누르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할 때 화면이 확대되거나 게임 중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는 등 작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리마스터에 대해 이씨는 “그래픽이 좋아졌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도 예전과 비슷하다”면서 “아직 게임 실행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지만 추후 정식출시 되면 인기가 되살아나지 않겠냐”고 평했다.
지난달 30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기념 행사 'GG투게더' 현장. 약 1만명의 관중이 모이며 화제를 낳았다. 출처=OGN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출시는 30~40대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달 30일 리마스터 출시를 기념해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행사 ‘GG투게더’에는 새롭게 변신한 스타크래프트를 미리 만나보기 위해 1만여명의 관객이 결집했다. 임요환, 홍진호, 이영호 등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행사는 케이블 TV와 각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생중계됐다. 경기가 자정이 넘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지만 약 50만명의 시청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스타크래프트가 부활한 순간을 함께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플레이 화면 |
오는 15일 정식 출시되는 리마스터를 먼저 만나보기위한 열기도 뜨겁다.
지난 6월 30일과 7월 31일 양일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내놓은 매뉴얼북, 마우스패드 등이 담긴 한정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컴플리트팩’ 초회판은 출시 하루 만에 완판 됐다.
쇼핑몰 관계자는 “현재 사전예약 중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디지털/가전 카테고리 베스트 1위에 오를 정도로 고객의 관심이 뜨겁다”며 “마니아층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