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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상가 건물에'대마농장' 차린 고교 동창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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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팀이 대마 재배 현장에 들이닥쳤을 때 개화실의 모습. 인공태양 역할을 하는 고압나트륨램프가 뿜어내는 열기 속에 대마가 쑥쑥 자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대도시 도심 주택가의 평범한 상가 건물에서 대마를 키워 판매한 일당 4명이 적발돼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들은 대마 거래대금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수사당국의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11일 김모(25)씨 등 4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들이 재배 또는 보관 중이던 대마와 시설도 전부 압수했다. 4명 가운데 김씨 등 3명은 부산시내 고교를 함께 다닌 동창생이고 다른 한 명은 이들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동네 친구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부산 도심 주택가의 상가 건물에 대마 재배시설을 설치하고 대마 약 30그루를 재배한 뒤 75차례에 걸쳐 대마 1.25㎏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확·건조한 대마를 수시로 흡연하고 약 2.7㎏은 판매를 위해 따로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통상 대마 1회 흡연량이 0.5g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판매한 대마 1.25㎏은 약 2500명이, 보관 도중 압수된 대마 2.7㎏은 약 5400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시가로 치면 총 4억8000만원에 이른다.
검찰이 압수한 건조된 대마. 부산시내 도심의 한 상가 건물 5층에 ‘대마농장’을 차리고 대마 30그루를 길러 약 79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대마 3.95㎏를 생산한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상가 건물 5층의 99㎡(약 30평) 공간을 생육실, 개화실, 건조실 등으로 구분해 대마를 생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벽면은 온통 은박 단열재로 감싸고 고압나트륨램프와 덕트 등 환기설비, 온·습도 자동 조절장치 등 전문적 시설까지 구비해 대마를 키웠다. 고압나트륨램프는 인공햇빛 기능을, 덕트 등 환기설비는 냄새 제거 및 공기 공급 기능을 각각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놀라운 것은 이 건물이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아래층에는 학원, 오토바이 가게 등이 입주해 있는 평범한 상가라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중커튼, 철문 등으로 철저히 위장하고 환기구를 옥상으로 연결시켜 주변에서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팀이 이 건물에 들이닥쳤을 당시 생육실과 개화실에는 총 17그루의 큰 대마가 최적의 환경 속에 자라고 있었다. 또 이미 수확·건조된 대마는 판매를 위해 ‘아이스크림’, ‘바닐라쿠쉬’ 등 품종별로 유리병에 진열, 보관되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마 판매가 ‘딥웹’이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현금이나 카드 대신 비트코인 결제 방식으로 이뤄진 점이다. 딥웹이란 일명 ‘다크넷(Darknet)’으로도 불리는데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사이트 검색이 불가능한 인터넷 공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0여만건가량의 마약거래가 이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씨 일당이 대마를 판매하고 받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총 1억5000만원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적발이 어려웠던 딥웹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판매사범들을 적발한 최초 사례”라며 “앞으로 딥웹 사이트 운영자 등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관련 모니터링 활동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