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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오 다리 전경 |
80년 고목 포도로 세월을 빚는 모던 슈퍼투스칸 세테 퐁티
이탈리아 피렌체와 아레쪼 사이에는 아름다운 아르노 강이 흐릅니다. 두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는 모두 7개인데 그중 베키오(Vecchio) 다리가 가장 유명해요. 불멸의 거작 ‘신곡’을 남긴 13세기 이탈리아피렌체 출신의 시인이자 예언가인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 곳이 바로 베키오 다리입니다. 이때문에 많은 연인들이 베키오 다리에서 아르노 강의 환상적인 일몰 풍경을 바라보며 사랑의 맹세를 남기곤 하지요. 로마시대인 1345년에 건설된 다리 위에는 원래 푸줏간들이 있었는데 페르디난도 1세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철거한 뒤 현재는 보석상과 골동품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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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오른쪽 배경에 그려진 부리아노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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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아르노 강 7개의 다리중 가장 먼저 건설된 부리아노 다리 실물 |
아르노 강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다리가 있습니다. 13세기 가장 처음 만들어진 부리아노(Buriano) 다리로 40년에 걸쳐 완공됐다고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위대한 명작 모나리자에 등장하는 배경이 실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때 화제가 됐는데 모나리자를 정면으로 봤을때 오른쪽 배경(모나리자 왼쪽 어깨 부근)에 보이는 다리가 바로 부리아노 다리로 알려져 있답니다.
두오모 성당 등 관광명소가 즐비한 피렌체가 있는 투스카나 지방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이기도 합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절부터 존재한 화려한 대도시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거대한 귀족 가문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일부 가문들은 축적된 부를 토대로 토스카나의 넓은 평야지대를 거의 사들여 대규모로 와인을 빚기 시작합니다. 특히 유구한 역사를 지닌 와인 가문들이 많은데 안티노리는 26대째 1000년 동안 와인을 빚고 있고 프레스코발디는 700년의 와인 생산 역사를 자랑합니다. 프랑스는 와이너리 소유자가 몇십년단위로 자주 바뀌지만 오래된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워낙 대부호들이라 한 가문이 이처럼 오랫동안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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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수령의 산지오베제가 자라는 포도밭을 설명하는 세테 퐁티 수출 매니저 스테파노 마기니(Stefano Maggini) |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품종은 산지오베제입니다. 산도가 뛰어나며 탄닌, 바디감은 중간정도인 레드 품종으로 레드체리 등 붉은 과일 느낌이 많이 나고 부드러우면서 쌉쌀한 홍차같은 탄닌이 매력적이죠. 숙성이 잘되면 가죽향과 쿰쿰한 흙냄새 등이 납니다.토스카나의 중심인 피렌체와 아레쪼 사이에 자리잡은 테누타 세테 퐁티(Tenuta Sette Ponti)는 오랜 수령의 산지오베제로 평론가들이 극찬을 받는 와인을 생산해 슈퍼투스칸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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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 퐁티 대표 와인들 |
이탈리아에서 정부가 공인한 지역품질등급인 DOCG와 DOC를 받으려면 산지오베제 등 허용된 토착품종을 90%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을 거부, 등급받기를 포기하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카베르네 프랑 등 국제품종으로 빚은 뛰어난 와인들이 탄생했는데 이를 슈퍼투스칸이라 부릅니다. 투스카나 와인을 뛰어넘는 최고의 와인이라는 뜻이죠. 1968년 탄생한 슈퍼투스칸의 원조 사시까이아(Sassicaia)를 시작으로 티냐넬로(Tignanello), 솔라이아(Sol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등의 슈퍼투스칸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이탈리아 와인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세테 퐁티는 이런 슈퍼투스칸의 계보를 잇는 모던 슈퍼투스칸입니다. 세테(Sette)는 일곱, 퐁티(Ponti)는 다리라는 뜻으로 와이너리 이름은 아르노 강에 놓여진 7개의 다리를 뜻하죠. 와이너리가 아르노 강 주변에 자리잡아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1950년대 건축가이던 알베르토가 사보이 왕가 공주 마리아 크리스티나로부터 50ha를 매입해 포도밭을 일구면서 세테 퐁티의 와인 역사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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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 퐁티 ‘황제의 포도밭’ 비냐 델 임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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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심어진 비냐 델 임페로의 산지오베제 |
세테 퐁티는 아르노강 주변 높은 고지대인 발다르노 수페리오레(Valdarno Superiore)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있는데 이곳에는 1935년에 심어진 80년 넘은 수령의 산지오베제가 아직도 자라고 있습니다. 이 포도밭은 16∼18세기 피렌체를 소유했던 메디치가문의 코지모 3세가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와인”이라고 극찬을 할 정도로 명성을 떨친 최고 품질의 와인이 생산되던 곳입니다. 덕분에 이 포도밭은 ‘황제의 포도밭’이라는 뜻의 비냐 델 임페로(Vigna dell‘ Impero)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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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 퐁티 클로뇰로(Crognolo) |
세테 퐁티는 비냐 델 임페로의 포도나무를 주변에 심어 포도밭을 확장했는데 이곳의 산지오베제로 빚는 대표 와인이 클로뇰로(Crognolo)로 산지오베제 90%, 메를로 10%를 섞은 슈퍼투스칸 와인입니다. 잘익은 체리, 블루베리 라즈베리와 스파이시함이 느끼지며 산도가 잘 살아 있는 신선한 풍미가 돋보입니다. 1998년에 첫 생산됐지만 2007 와인스펙테이터에서 93점을 받아 톱 100 30위에 선정됐고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3년연속 95점을 받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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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당 생산량을 엄격히 제한한 세테 퐁티의 포도나무 |
세테 퐁티는 짧은 역사에도 어떻게 평론가들고 부터 극찬을 받는 와인을 빚게 됐을까요. 최고 품질의 포도를 얻기 위해 가지치기와 그린 하베스트를 통해 포도나무 한그루의 포도송이 생산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와이너리들은 ha당 8000~1만 그루를 심는데 세테 퐁티는 ha당 6666개 정도만 심는답니다. ha당 5000kg 와인 생산되니 포도나무 한그루에서 1kg로도 안되는 와인을 얻는 셈이죠. 이렇게 포도 나무 한그루당 수확량을 줄이면 풍미가 응축된 포도가 생산됩니다. 세테 퐁티는 또 모든 와인을 유기농을 빚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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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 퐁티 오레노(Oreno) |
오레노(Oreno)는 세테 퐁티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와인입니다. 지난 7월중순 국내에 240병이 처음으로 들어왔는데 한달만에다 팔릴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투스칸입니다. 이에 세테 퐁티를 들여오는 수입사 나라셀라는 240병을 어렵게 추가로 수입했습니다. 티냐넬로가 연간 100만병, 사시까이아는 연간 30만병을 대량 생산하지만 오레노의 생산량은 4만5000~5만병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세심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죠. 메를로 50%, 카베르네 소비뇽 40%, 쁘띠 베르도 10%를 섞었으며 떼루아의 미네랄이 잘표현된 와인입니다. 잘익은 블루베리, 체리, 라즈베리 등의 과일 풍미가 좋고 산도도 잘 살아있습니다. 커피, 쵸컬릿, 단향이 약간 나는 후추 풍미가 느껴지면 탄닌은 벨벳처럼 부드럽과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소고기 스테이크, 숙성된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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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냐디 팔리노 끼안띠 리제르바 |
비냐디 팔리노 끼안띠 리제르바(Vigna di Pallino Chianti Riserva)는 산지오베제 100%로 전형적인 끼안띠 리세르바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잘 살아있는 산도와 신선한 풍미가 인상적이며 체리, 라즈베리, 레드베리 아로마와 스파이시 풍미가 느껴집니다. 제비꽃 등 꽃향기도 인상적이며 2000ℓ 대형 슬라보니아 오크에서 숙성해 살짝 전해오는 바닐라 풍미가 복합미를 더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