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보고서 서문에서부터 북한을 이란과 함께 ‘불량 정권’으로 규정했다. 이들 불량 정권은 중국·러시아, 국제테러리즘과 함께 3대 외교·안보 도전 요소의 하나로 분류됐다.
그는 북핵과 관련,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해결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선제공격’이나 ‘예방전쟁’ 등 민감한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공격이라는 용어를 거론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미국 역대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들은 향후 행동에 대한 강력한 예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선제적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6개월 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에서 관련 용어가 없다고 선제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한·일 등 동맹과 공조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성조기 앞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행한 국가안보전략(NSS) 관련 연설에서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 등을 겨냥한 경제안보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안보가 미국의 국가 안보의 기본”이라며 무역 불균형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힘에 도전하고 있는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중국의 느슨한 지적재산권 보호 체제 등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에 비해 악화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면서도 경쟁국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유무역과 경제적 유대 관계 심화에 관심을 뒀다. CNN방송은 “트럼프 정부의 방침은 역대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발표와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비전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NYT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 ‘전략적 동반자’였던 중국의 위상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전략적 경쟁자’로 바뀌었다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번 국가안보전략은 ‘오바마 지우기’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과 공존을 모색했던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국으로 인식한 대목부터가 그렇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해 침묵했다. 안보전략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설명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입장을 포기한 것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