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변 토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공화·민주 양당 의원과의 회동에서 자신의 이민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의원,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원. 워싱턴=AP연합뉴스 |
대통령이 여야 의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법안 처리를 독려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폭스뉴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2월 건강보험개혁법 처리를 위해 의회의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이래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폭스뉴스와 CNN방송 등으로 생중계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의원들이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사안인 이민과 국경장벽 설치 문제를 두고 자유롭게 토론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토론 공개는 최근 출간된 ‘화염과 분노’와 관련해 주목받았다. 폭스뉴스는 “신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문제와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러한 의혹을 불식하는 방편으로 이번 회동이 언론에 공개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이달 19일이 기한인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해석된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셧다운 발생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반이민’ 기조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를 보였지만 정치권이 단시간에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여야가 공개 석상에서 합의에 도달하려는 자세를 연출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핵심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민문호를 넓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민문호를 넓히기 위해서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예산안을 증액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강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9월 회동에서 이민개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진실 공방을 벌인 전례가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