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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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잇따르는데… 제 기능 못하는 예방대책

입력 : 2018-02-22 05:00:00
수정 : 2018-02-21 21: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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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 4년 새 50% 급증 / 광주서 열흘 만에 발견된 60대 / 반려견이 시신 훼손한 흔적 나와 / “대상자 선정 엄격… 실효 못 거둬”
광주시 서구 광천동 노후 아파트의 마을반장은 지난 20일 수도배관이 동파된 김모(64)씨의 집을 찾았다. 이 아파트는 30년 넘은 아파트로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올겨울 유난히 추워 수도배관이 동파하는 사고가 잦았다. 마을반장은 이날 ‘나홀로’ 사는 김씨 집도 수도배관이 망가져 안부가 걱정됐다. 현관문이 파손돼 가려진 비닐을 걷어 올리고 방에 들어선 마을반장은 옆으로 누운 채 숨진 지 열흘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된 김씨를 발견했다. 시신에서는 반려견이 훼손한 흔적도 있었다.

광주 서구가 고독사 예방을 위해 2016년 도입한 서민생활도우미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서민생활도우미제는 평소에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생활편의와 안부를 묻는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돌봄체계다. 김씨처럼 고독사하는 국내 무연고 사망자가 최근 4년 사이 50%나 증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21일 보건복지부가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010명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3년 1280명에서 2014년 1389명, 2015년 1679명, 2016년 1832명, 지난해 2010명으로 증가 추세다. 무연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2013년 463명에서 2017년 835명으로 4년 사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연희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취약 독거노인의 안전과 고독사 방지를 위해 응급안전알림서비스 등을 도입했지만 장비 노후화와 시스템 낙후, 지나치게 엄격한 대상자 선정 기준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광주·부산=한현묵·전상후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