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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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팜프파탈 모니카 벨루치를 닮은 프리미티보

프리미티보의 고향 풀리아의 선구자 리베라 / 벌크와인 생산하던 풀리아 최초 브랜드 도입
영화 매트릭스2에 출연한 모니카 벨루치
검고 깊은 쌍커풀진 커다란 눈. 우아하면서도 육감적인 몸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화 메트릭스2 리로디드에는 치명적인 ‘팜프파탈’ 페르세포네 역을 맡아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유혹하는 글래머 스타가 등장합니다. 그는 ‘남심’을 한방에 흔들어 놓는고혹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입니다. 그녀를 꼭 닮은 포도 품종이 이탈리아 토착품종인 프리미티보(Primitivo)입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진판델(Zinfandel) 같은 품종이죠.

블랙체리 잼같이 고도로 농축된 강하고 진한 검은 과일과 후추, 허브 등의 스파이시한 풍미. 16%를 넘는 높은 알코올 도수. 낮은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풀바디 와인 프리미티보는 한 모금만 마셔도 모니카 벨루치 같은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쉽게 그려집니다. 보통 레드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3∼15% 정도이지만 프리미티보는 17∼18%로 매우 높고 20%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코올도수가 너무 높으면 와인의 밸런스가 깨지기 마련이지만 프리미티보는 높은 알코올도수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밸런스가 좋고 과일향이 풍부해 부드럽고 마시기가 편합니다. 이때문에 편하게 마시다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취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소위 ‘작업주’로 불린답니다.

풀리아 지방 위치
이탈리아 지도를 보면 구두 뒷축에 해당하는 곳이 풀리아(Puglia)로 이 곳을 대표하는 레드 품종이 바로 프리미티보와 네로 디 트로이아(Nero di Troia)입니다. 프리미티보는 어떻게 이처럼 높은 알코올도수가 나올까요. 이 품종은 4주만에 익으면서 당도가 굉장히 빨리 축적됩니다. 효모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데 보통 일반적인 효모는 알코올도수가 16도 정도가 되면 죽어버립니다. 따라서 주정강화를 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와인의 알코올도수는 16도가 한계입니다. 그러나 풀리아 지역의 효모는 알코올에 내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프리미티보의 당도가 높은데다 효모가 알코올을 잘 견디니 이처럼 높은 알코올 도수가 만들어 지는 것이죠.

풀리아는 이탈리아의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역으로 무려 기원전 8세기 부터 와인 양조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 와인 생산량은 연간 12만~13만병 정도인데 이중 풀리아가 20%를 차지할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랍니다. 지중해성 기후로 덥고 건조한 날씨 덕분에 포도가 잘 익고 완벽한 평야지대라 대량 생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춰기 때문입니다. 

리베라 와이너리 전경
리베라 셀러
그러나 과거 품질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저렴한 벌크와인을 대량으로 만들어 프랑스 등에 공급하던 곳이였죠. 하지만 1950년대부터 뛰어난 생산자들이 등장하면서 풀리아는 이제 이탈리아의 새로운 고급 와인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산자가 프리미티와 네로 디 트로이아로 가장 뛰어난 와인을 만든다고 평가받는 리베라(Rivera)입니다. 1948년 설립된 리베라는 풀리아에서 가장 최초로 브랜드 개념을 도입한 와이너리로 이탈리아의 영향력 있는 19개 와이너리들이 만든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의 일원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리베라 오너 세바스티아노 디 코라토(Sebastiano de Corato)를 만나 풀리아 와인의 세계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베라 와인은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리베라 프리미티보 살렌토
“프리미티보는 껍질이 굉장히 얇아 탄닌이 낮고 부드러우면서 과실미 넘치는 마시시 쉬운 와인으로 빚어지죠. 신선한 포도로 만들지만 포도를 건조시켜서 만드는 아마로네, 레치오토 ,리파소 같은 성향을 보여줍니다. 보통 상업적인 프리미티보 생산자들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묵직하고 피니시까지 찐득하게 만들죠. 와인 병 무게만도 1kg에 달할 정도로 묵직함을 강조해요. 하지만 리베라는 전혀 다릅니다. 무겁고 잼같지 않고 알코올 도수도 낮습니다. 피니시도 드라이하면서 딱 떨어지게 만든답니다”. 리베라 프리미티보 살렌토는 프리미티보 100%로 검붉은 과일향, 과일잼, 허브와 스파이스향의 묘한 조합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깊고 진한 풍미의 과일 맛도 매끄럽게 표현됩니다.

리베라 일 팔코네
네로 디 트로이아는 ‘탄닌 몬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탄닌이 매우 풍부하고 거칠답니다. 하지만 탄닌을 잘 다스리면 응축된 베리류와 체리, 블랙커런트와 담배향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는 와인이 탄생합니다. 리베라가 네로 디 트로이아로 빚는 대표 와인이 일 팔코네(Il Falcone)와 푸에르 아풀리아에(Puer Apuliae)입니다. 배수가 잘되고 석회암으로 이뤄져 풀리아 포도밭의 핵심인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에서 생산됩니다. 일 팔코네는 네로 디 트로이아에 몬테풀치아노를 30% 섞는데 농익은 과일향과 야생딸기, 가죽, 담배향이 매력적입니다.

리베라 푸에르 아풀리아에는 플리아에서 네로 디 트로이아 100%으로 만든 최초의 와인으로 오크숙성과 저온침용을 통해 거친 탄닌을 우아하게 다스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야생 과일향과 제비꽃, 스파이시한 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리베라 카펠라치오
리베라 카펠라치오는 ‘이탈리아 남부의 바롤로’로 불리는 알리아니코 100% 와인입니다. 붉은 과실향과 스파이스, 가죽향이 골고루 묻어나고 따뜻한 느낌의 과일 향이 입 속을 감싸줍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