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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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박적 특성 지닌 가상화폐 거래… 중독 유의해야

법률적 관점선 ‘도박’ 규정 못해도/투기심리 유발할 조건 모두 갖춰/사회 차원서 모니터링·대책 세워야
한국사회에서 가상 혹은 암호 화폐와 관련된 많은 논쟁이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문제는 막고 미래 기술은 육성할 수 있는가? 암호화폐를 연구하거나 채굴 혹은 거래하는 이해관계자들과 이에 관련된 이해와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국가 기관들 사이의 다른 목소리도 아직 합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가 도박인가? 중독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가상 혹은 암호화폐 거래는 한편 투자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 투기나 도박일 수도 있다. 정도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누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거래하느냐에 따라 투자에 가까울 수도 투기나 도박에 가까울 수도 있다. 도박을 광범위하게 조망하면, “자신이 현재 거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기대하며 운이나 우연이 개재되어 불확실한 미래의 결과에 돈을 비롯하여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거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런 면에서,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거래도 이 범위 안에 든다. 그러나 도박을 보다 좁게 법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앞서의 정의에 “여가나 오락의 맥락에서”라는 한정어를 붙인다. 그래서 주식의 단타나 현재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양식 등에 ‘도박적’이나 ‘투기적’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도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상이다. 현재 국민 개개인의 삶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어떻게 이해되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김교헌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중독행동연구소 소장
스마트폰을 통해 하루 24시간 어느 요일도 쉬지 않고 온라인으로 거래가 진행되고,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거래 가격이 실감나게 중개되고 다양한 소문들이 화상채팅으로 날아다니며, 거래 단위도 제한이 없는 암호화폐 거래 장터는 충분한 사전정보와 사려 깊은 판단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신세계가 될 것이다. 새로이 열리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 장터는 매우 투기적이고 도박적인 거래 행동을 유발할 좋은 조건을 갖추었고 이를 단기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도박적인 특성 외에도, 중독의 덫에 빠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거의 모두 잘 갖추고 있다.

현대사회는 새로운 기술과 제도의 도입이나 결정 자체에 큰 위험이 내재해 있는 위험사회의 성격이 많다. 핵심 과제는 예측되는 위험과 이점을 잘 가늠하여 이점은 키우면서도 동시에 위험을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가느냐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이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소비자 보호’ ‘사전 예방’ ‘폐해 최소화 전략’ ‘책임성 있는 도박이나 게임’ 등의 개념이나 정책이 사행 산업이나 게임 산업 등에서 적용되고 그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도 축적되고 있다. 한국의 합법적 사행산업체들에서는 매출액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도박 문제 개선에 사용하고 있다. 투기적 수요와 거래가 많은 한국문화의 특징과 시장상황에서 가상화폐 거래에 따르는 문제를 이해하고 실용적 대책을 세울 때 이런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시장이 육성되기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먼저 무엇을 어떻게 조심하며 시작하고 육성해야 지속가능하고 암호화폐가 처음 지향하고 나선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중의를 모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투기성과 사행성 및 도박성은 심리적으로는 매우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 중독의 위험과 함께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과 정의를 저해한다.

김교헌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중독행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