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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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전자 맞춤의 시대

1990년 미국을 주도로 시작된 인간유전체사업(HGP)이 2003년 완료됨으로써 인간 세포 내의 30억개 DNA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졌다. 이후 발전한 DNA 분석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간 유전자 기능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유전병, 암 등 심각한 질병 관련 유전자뿐만 아니라 피부 특성, 대사증후군, 흡연, 알코올 대사, 운동능력, 입맛, 정신건강 등과 관련된 유전자도 있다. 개개인이 이러한 유전자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면 그에 맞춰 식단이나 운동방식,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대사증후군도 예방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유전자란 유전물질인 DNA 내에서 유전정보가 존재하는 부위로서 이 정보는 인체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풍부한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로 사용된다. 2만여개 인간 유전자들이 생성시키는 단백질의 기능과 그것들이 작용하는 방식이 모두 밝혀져 예방의학, 개인 맞춤의학이 상용화된다면 100세시대를 넘어 인간의 불로장생 꿈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조효진 한국유전자협회 책임연구원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6월 말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소비자 직접의뢰방식(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해 12가지(색소 침착, 피부 노화, 피부 탄력, 모발 굵기, 탈모, 비타민 C 흡수, 카페인 대사,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농도, 혈압, 혈당) 항목에 대한 40여 가지 유전자 정보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쉽게 검사할 수 있게 됐다. 즉, 유전자 분석 회사에 온라인 등으로 DTC 유전자 검사 키트를 주문해 우편으로 받은 후 간단히 가글이나 면봉을 이용해 입안 점막 상피세포를 채취해 다시 회사로 보내면 1~2주 이내로 유전자 검사 결과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DTC 유전자 검사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선 ‘23&Me’ 같은 회사를 필두로 수많은 회사가 다양한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10만~20만원대의 비용으로 개인의 여러 특성과 관련된 100가지 이상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완화로 일반 유전자 분석 회사도 DTC 방식으로 유전적인 건강상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GHR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및 가족성 유방암 관련 유전자 등의 질병 유전자도 포함된다.

미국에는 이미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상세 결과보고서를 제공함으로써 피부관리, 식단관리, 건강보조식품 추천, 운동설계, 스트레스 관리 등 라이프스타일을 코칭해 주는 업체가 상당수 있으며 DTC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DTC 검사 허용 이후 국내에서도 뷰티 및 웰니스 산업에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유전자 맞춤으로 화장품, 도시락,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공하는 회사, 유전자 맞춤으로 운동방식, 다이어트 식단을 설계해 주는 회사 등이 늘어나면서 국내 유전자 맞춤 시장도 점차 확대 중이다. 이러한 맞춤산업에서 활동하는 유전자 맞춤 컨설턴트는 앞으로 유전자시대의 유망 직종으로 꼽히게 될 것이다.

이에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정확히 해석해 외모관리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건강관리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과 관리방법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주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조효진 한국유전자협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