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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푸드홀릭] 이탈리아의 맛,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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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프란체스카나 인기 힘입어/ 국내서도 ‘오스테리아’ 식당 느는 추세/ 한국 들어오며 파인 다이닝으로 격상/ 코스요리 전문 고급식당 ‘리스토란테’ / 보다 편안한 밥집 분위기 ‘트라토리아’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마시모 보투라 셰프. 연합뉴스
지난 6월 19일 스페인 빌바오의 유스칼두나 팰리스에서 열린 ‘2018 월드 50대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발표 현장. 영국의 윌리엄 리드 미디어가 발행하는 잡지 ‘레스토랑’이 셰프 1000여명과 레스토랑 오너, 음식평론가 등의 투표로 뽑는 월드 50은 미슐랭 가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명성이 대단하다. 영예의 1위는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55)가 운영하는 이탈리아 ‘미식의 도시’ 모데나의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가 차지했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좋은 식재료를 활용, 이탈리아 전통 요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한 이 레스토랑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세계 1위다. 2013년 3위에 진입한 뒤 6년 연속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있다.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인테리어. 출처=홈페이지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플레이팅. 출처=홈페이지

그런 명성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오스테리아 간판을 단 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또 트라토리아(Trattoria), 리스토란테(Ristorante)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다양한 등급의 식당도 등장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요리 공부한 셰프들이 늘면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손님들도 다양한 맛을 찾으면 비스트로(Bistro)로 통칭되던 레스토랑들이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슐랭 빰치는 셰프의 솜씨를 즐기면서 가격도 착한 곳이 많아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스테리아 알고보면 선술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요리. 출처=홈페이지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니 예약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물론 가격도 상당하다. 10가지로 구성된 코스 메뉴는 250유로에 와인페어링을 하면 140유로가 더해지며, 12 코스는 270유로에 와인페어링을 하면 180유로다. 제대로 즐길려면 450유로(약 59만원)가 드니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단품 메뉴인 알라카르테도 가장 저렴한 라구소스 딸레아뗄레 파스타가 60유로, 푸아그라와 캐비어를 곁들인 소고기 스테이크는 120유로다.

그런데 사실 원래 이탈리아에서 오스테리아는 이처럼 럭셔리한 식당은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오스테리아는 여관, 선술집으로 풀이될 정도로 실제 퇴근길 간단한 음식을 와인과 함께 즐기는 캐주얼한 식당이다. 1995년에 문을 연 프란체스카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등급은 리스토란테가 가장 고급 식당이고 트라토리아는 리스토란테와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고 좀더 편안하고 캐주얼한 느낌의 식당으로 이탈리아 가정식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오스테리아는 이보다 한단계 낮은 식당으로 포장마차나 선술집 같은 동네 식당이다. 피자만 파는 핏제리아도 있다. 
트라토리아 오늘


#동네 맛집 지도를 바꾸는 유럽 가정식

경희대, 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서울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앞 파전 골목 인근에 2015년 이름도 생소한 식당 ‘트라토리아 오늘’이 문을 열었다. ‘유럽 가정식의 달인’ 김동기 셰프가 강남이나, 이태원, 한남동까지 가지 않고도 지역 주민들이 제대로 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지역 대표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시작한 곳이다. 당시 상암동에 트라토리아 몰토, 상수동에 트라토리아 챠오가 문을 열며 국내에 트라토리아 식당들이 속속 선보이던 시기다. 

트라토리아 오늘
트라토리아 오늘 라따뚜이
트라토리아 오늘 로스트 포크밸리

유명 국제요리대회에서 1위 등 많은 상을 받으면서 ‘국가대표 셰프’라는 타이틀도 지닌 김 셰프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가정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이면서도 뛰어난 맛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당시 회기동은 물론 강북에서 만나기 어려운 수준의 음식들이었다. “트라토리아는 제대로된 코스 요리를 내면서도 편안한 밥집이라는 뜻이 있어요. 강북에도 이런 식당이 생겨야 필요하도 생각했답니다”. 트라토리아의 대표 메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라따뚜이. 가지, 호박, 버섯 등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를 토마소 소스와 함께 끓이거나 또는 볶은 요리로 재료의 특징 잘 살아있어 인기란다. 스테이크 등과 함께 가니시로도 내놓는다.
오스테리아 샘킴

 


#파인 다이닝으로 업그레이드 된 한국형 오스테리아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영향 탓인지 원래 선술집 개념이던 오스테리아는 국내에서 들어 오면서 몇단계 격상됐다. 이름난 셰프들이 속속 오스테리아를 오픈하는 영향도 크다. 인기 먹방 ‘냉장고를 부탁해’로 유명한 스타 셰프 샘킴은 지난해 서울 망원동에 오스테리아 샘킴을 오픈했다.

오스테리아 오르조


미슐랭 1스타인 서래마을 스와니예 수석 셰프를 지낸 김호윤 셰프도 서울 마포 연남동에서 운영하던 오스테리아 오르조를 최근 핫한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는 한남오거리로 옮겼다. 캐주얼하던 연남동과는 달리 고급스럽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인기메뉴는 화이트 라구와 우니 파스타. 


투뿔등심, 붓처스컷, 삼원가든, 블루밍가든 등을 운영하는 외식전문기업 SG다인힐도2014년 일찌감치 서울 압구정에 오스테리아 꼬또(Ostreia Cotto)를 운영중이다. 파스타 는 매일 생면을 직적 뽑고 트러플향 킹크랩, 레이저 클램, 구아제또 소스, 먹물 딸리올리니, 적새우와 리코타로 속을 채운 아뇰로티, 푸아그라, 마르샬라 소스 등 고급 식재료를 고집해 한국형 오스테리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다. 와인과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눈에 띈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홍합, 바지락 딥 후라이와 파르마 프로슈토·이베리코 살치촌,·모타델라 볼로냐로 이뤄진 콜드컷 모듬, 레지아조·고르곤졸라·고트치즈로 구성된 치즈모듬이 와인과 잘 어울린다.

오스테리아 마티네


국내 오스테리아의 원조격은 오스테리아 마티네. 국내 파인다이닝의 1세대로 2000년 티살롱(Tea Salon)으로 문을 연뒤 2008년 지금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원목 바닥, 앤틱한 가구 등 고풍스럽게 꾸며 유럽 레스토랑랑에 온 듯한 분위기에 젖게한다. 저녁에는 와인에서 다양한 타파스를 즐길 수 있는데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탈리아 전통 통돼지 바비큐 포르케타, 먹물 리조또, 꽃게로 맛을 낸 로제 파스타 등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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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셰프는 곧 웨딩마치를 올릴 안주연 셰프와 함께 지난해 서울 상봉동에 트라토리아 오늘보다 완성도가 한단계 높은 수준의 요리를 선보이는 오스테리아 주연을 오픈했다.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맛과 예술적인 플레이팅을 선보여 ‘맛의 불모지’인 서울 동북지역의 맛지도를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셰프는 “외국의 오스테리아는 오크통으로 꾸미고 타파스 등 간단한 알라카르테 안주를 내다보니 선술집 느낌이 물씬 풍기죠. 트라토리아는 젊은 회사원들이 정장 입고 미팅하는 곳의 개념이 더 강하고 오스테리아는 약간 나이드신 분들이 편하게 가는 곳인데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가 상도 받고 미슐랭도 받으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오스테리아는 포장마차급에서 코스 요리를 즐기며 와인 마시는 곳으로 격상된 것 같아요. 이제 한국에서는 오스테리아가 트라토리아보다 수준이 높은 레스토랑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오스테리아 주연 대구 튀김

요리측면에서는 셰프 입장에서 오스테리아가 표현할 수 있는 음식이 많아 트라토리아보다 더 편한단다. 빵이 먼저 나오고 스프 등이 나오는 코스요리의 순서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고 스테이크 부터 낼수 있수 있기 때문이다.

트라토리아와 오스테리아는 컨셉이 다른 만큼 요리 스타일이나 식재료도 달라진다. 예를들면 트라토리아 오늘에서는 버터를 쓰고 오스테리아 주연에서는 버터를 안 쓰는 차이 등이다. 김 셰프는 “입끝에 남는 풍미는 버터를 쓸때와 오일을 쓸때 차이가 난답니다. 맛의 풍미만 따지자면 버터를 활용한 요리가 더 낫지만 버터는 식으면 굳는 성질이 있어요. 밥집에서 밥을 먹는 것과 술집에서 안주를 먹는 것은 시간 차이가 많이 나죠. 따라서 와인 등 주류와 함께 천천히 즐기는 요리에 버터를 쓰면 나중에는 굳게 되기 때문에 오일을 써야 마지막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답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스테리아 주연 오리꽁피

요리 스타일도 다르다. 트라토리아아 오늘은 유럽 가정식인 만큼 혼자서 푸짐하게 먹기 좋도록 오리다리 꽁피에 리조또에 올려 나온다. 하지만 오스테리아 주연은 여럿이 술 안주로 깔끔하게 나눠먹을 수 있도록 오리다리 꽁피만 한접시를 낸다. 물론 가격도 트라토리아 오늘은 4코스에 3만5000원, 오스테리아 주연은 5코스에 4만5000원이다. 요리 수준에 비해서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착한 가격’이다. 가장 인기있는 오리다리 꽁피는 소금에 염장하고 된장을 바른 뒤 허브, 마늘, 향채를 넣은 기름에 담가서 150도에 2∼3시간동안 요리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와인과 아주 잘 어울린다. 소곱창을 넣고 끓인 토마토 스프 트리파도 여러명이 나눠 먹는 요리는 술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촌김씨 리스토란테


#격식을 차리려면 리스토란테

리스토란테는 가장 고급 식당인 만큼 단품없이 코스 요리만 하는 다이닝으로 보면 된다. 어윤권 셰프가 이끄는 리스토란테 에오는 가장 고급 식당을 칭하는 용어대로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2016년 3월 서울 경복궁역 인근 서촌에 자리잡은 서촌김씨는 CJ그룹에서 메뉴개발을 팁장을 지내고 서울 학동사거리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한던 김도형 셰프가 처음에는 리스토란테와 트라토리아를 합친 개념의 식당으로 선보였다. 점심에는 코스만 저녁에는 단품만 내놓는 식이다. 하지만 둘다 반응이 좋아 길 건너 인근에 지난해 4월 2호점인 서촌김씨 트라토리아를 냈다. 이제 서촌김씨 리스토란테는 점심 5∼6만원, 저녁 10만원의 코스요리만 선보이는 제대로된 리스토란테로 운영중이다. 푸아그라, 트러플, 암소 등 최고의 식재료 고집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서촌김씨 트라토리아


서촌김씨 트라토리아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한식, 프렌치, 일식이 가미되지 않은 이탈리안 정통 레시피를 그대로 고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 쓰지 않는 깻잎은 아예 파스타에서 재외하고 바질 페스토만 쓰는 식이다. 라자냐, 라비올리, 뇨끼 등 생면을 종류별로 직접 다 만든다. 리스토란테는 플레이팅도 매우 신경쓰지만 트라토리아는 원래 편하게 즐기는 곳인 만큼 플레이팅 보다는 재료 가공을 최대한 줄여 토마토 등 재료의 맛을 끌어 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 셰프는 자신의 요리 곳곳에 이탈리아 지역의 특색을 곳곳에 담고 있는데 시칠리아의 주먹밥 튀김인 아린치니가 인기다. 또 라비올리와 생면을 층층히 쌓아서 오븐 구운 라자냐, 참치 소스로 만든 소고기를 얇게 썰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요리 비뗄로 또나토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서촌김씨 리스토란테는 100% 예약제이며 코스 요리는 3개월 단위로 바꾼다. 반면 트라토리아는 예약없이 가도되고 메뉴도 잘 안꾼다. 시그니처 메뉴들이 더 좋은 맛을 내도록 업그레이드하는데 치중한단다. 김 셰프는“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들이 크게 늘면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메뉴를 선보이는식당들이 요즘 크게 늘고 있다. 미슐랭 도입으로 손님들의 입맛도 점점 까다로와지는 만큼 셰프들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충족할 다양한 컨셉의 요리를 선보이고 추세 ”라고 설명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