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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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장세동이 미소년이라니 말이 되나"…불붙은 '모에화' 논란

[스토리세계-모에화 논란①] 일본에서 미화된 5공화국 주역들
단순한 의인화와는 다르게 특정 대상을 소년이나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해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귀엽게 표현한 ‘모에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서부터 제5공화국 군사독재를 이끌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창작자의 주관적인 표현을 담은 다양한 모에화가 나오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김 위원장에 대한 모에화가 등장했고 이후 국민대 1학년 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상회담 전에는 김 위원장에 대해 ‘긍적적’이란 대답이 단 4.7%에 불과했지만 정상회담 후에는 48.3%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표현의 자유일 뿐’이라는 창작자의 입장에서부터 ‘역사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대상을 미화한다’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12.12사태 모에화. 출처=트위터 캡쳐.
◆제5공화국의 주역들, 日서 ‘미소년’이 되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모에화는 일본의 제5공화국 팬들로부터 시작됐다. 제5공화국은 DVD로 출시된 직후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이나 일반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모에화가 나오고 있다.

14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본인이 모에화한 제5공화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의 한 트위터 이용자가 모에화로 그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는 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 이학봉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제5공화국 실세들의 그림이 올라와 있다. 소년과 소녀로 묘사한 이 모에화는 언뜻 제5공화국의 주요인물들로 보이지 않지만 이 트위터 이용자는 친절하게 한문 이름으로 설명을 했다.

드라마 제5공화국은 한국 현대사 중에서 민감한 소재 중 하나인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 직후 전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과 제5공화국 설립, 그리고 6.29 선언과 제6공화국 출범까지를 다루고, 마지막회에서는 5공화국 청문회와 문민정부의 출범 등을 다루고 있다.

군부내 사조직 하나회 코스프레(사진 왼쪽)와 드라마 제5공화국 장면. 출처=트위터 캡쳐.
제5공화국은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는데 앞서 일본에 DVD로 출시됐고, 니혼TV 위성채널의 한국 대중문화 전문 프로그램 ‘K-STYLE’은 드라마 제5공화국의 소개를 비롯해 주연배우 인터뷰 등을 하기도 했다. 또 아베 총리 또한 제5공화국을 즐겨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9시 정각을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전 대통령 관련 뉴스가 보도됐다는 의미에서 ‘땡전 뉴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언론 장악 시나리오, 민간인에 대한 사찰 등이 아베 총리의 권력 관리법과 닮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선 제기됐다.

◆코스프레까지, 일본내 ‘5공화국’ 잘못된 인식

일본에서는 제5공화국에 등장하는 군부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 코스프레까지 등장하며 모에화와 드라마 제5공화국을 본 일본인들의 잘못인 인식을 갖진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일본인들의 제5공화국에 대한 호감은 코스프레로도 나온다. 온라인에는 ‘일본인들의 제5공화국 코스프레’라는 사진이 있는데 이는 방송 중 나오는 하나회의 회식 장면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식 음식에 맥주를 마시는 일본인들은 어깨에 장교를 상징하는 견장과 80년대 한국 군복을 입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 모에화. 출처=트위터 캡쳐.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5공화국을 본 일본인들의 감상평이라는 글이 종종 보이는데 제5공화국을 본 한 일본인은 일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한국에서 전두환은 상당히 인기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는 너무 사회 전체가 좋지 않았으니까, 혁명을 해 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 네티즌은 “한국인 다른 드라마와는 좀 다른 매우 남성다운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일본의 문제는 아니다.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전탱크’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고, 전 전 대통령의 남자다움 등을 여전히 미화하고 있다.

◆“개인의 창작물일 뿐” vs “역사의 죄인 미화해”

제5공화국 주요 인물들에 모에화가 마냥 탐탁치 않은 이유는 이들의 외모가 미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보안사 주요 인물들에 대해 시민들의 지탄이 계속돼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5공화국 주역들에 대한 미화가 자칫 이들이 저지른 죄를 미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만든 제5공화국 주역들 모에화. 출처=트위터 캡쳐.
회사원 윤모(27)씨는 “아무리 모른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큰 아픈부분인데 이를 미화하는건 이해할 수 없다”며 “여전히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모에화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6년 8월 26일 나란히 1심 선고공판에 섰다.

법원은 군사반란과 내란수괴, 내란목적살인, 뇌물수수 등 10가지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과 함께 2259억여원 추징을 명령했고, 군사반란과 내란중요임무종사, 뇌물수수 등 9가지 혐의의 노 전 대통령에겐 징역 22년 6월형과 추징금 2838억원을 선고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는 재판 못 받겠다’며 낸 관할 이전 신청이 기각되자 또다시 항고장을 제출한 데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전 전 대통령의 29만원 뿐이라는 재산에 대해서도 안팎에서 불편한 시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