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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고 학대받는 아이들…그들은 왜 ‘학대 가족’에게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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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아동학대 문제①] 현황과 실상
지난달 21일 자신의 친딸(9)이 말도 없이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다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폭행한 혐의로 부모 A씨(63)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해당 사건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 담임교사의 신고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부모와 조부모의 학대였다. 아이는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2000여명의 어린이가 이처럼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당했다. 학대당한 아이들 10명 중 9명은 5년 내 같은 사람에게 학대당했다. 가해자는 대체로 남이 아닌 부모를 비롯한 가까운 이들이었다.

부모에게 학대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피해 어린이들의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모 학대로 세상 떠난 아이들 지난 10년간 171명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피해 사망 아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이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피해 사망 아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이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보건복지부)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2009년 8명, 2010년 3명 등 10명 미만이었지만, 2011년 12명에서 2012년 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3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2013년 17명,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지난해는 37명의 어린이가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 중 40%는 영아로 나타났으며, 올 초부터 8월 말까지 정서학대, 신체학대, 방임, 성적학대 등을 당한 아이들은 무려 1만 4461명이나 된다.

학대 피해 역시 2013년 6796명에서 2014년 1만27명, 2015년 1만1715명, 2016년 1만8700명, 지난해 2만2157명 등 해마다 느는 추세다.

◆아이들의 수난사…가해자는 주변 어른들

아동을 학대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주변 어른들이었다. 아동학대 가해자 유형을 보면 부모가 1만 1452명(79.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교사 941명(6.5%), 친·인척 663명(4.58%), 보육교사 396명(2.73%),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138명(0.95%), 기타 871명(6.0%)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학대는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아 적발이 어렵고, 이에 피해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학대받은 아동은 5년 내 같은 사람에게 학대당하는 등 피해가 장기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끊이지 않는 아동 학대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보육교사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보육교사 김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방조) 등으로 기소된 쌍둥이 언니이자 어린이집 원장인 B(59·여)씨와 담임 보육교사 C(46·여)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몸도 가눌 수 없는 영아에게 학대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숨지게 해 사안이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원장과 보육교사는 학대를 방조했을 뿐 아니라 평소 영아를 밀치는 등의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인천 남동구에서는 편부·조모와 함께 사는 D(8)군의 할머니가 끼니를 제때 챙기지 않고, 옷 1벌로 올여름 내내 지내게 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같은 날 전남 화순에서는 20대 여성이 어린 자녀와 수심 2m가량의 하천으로 뛰어들었다가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의 아들은 저체온증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성이 어린 아들이 숨지거나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함께 하천으로 뛰어든 것이라며 아동 학대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특히 부모들의 아동학대가 많은 이유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신고의무자가 학대를 방치할 경우 과태료 등 가중처벌을 받기 때문에 어린이 학대신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

아이들이 학대당한 후 선택하는 것은 침묵이다. 전달도 힘들뿐더러 딱히 털어놓을 곳도 없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 가해자 대다수는 가족 등 주변 사람이다. 최근에는 아동의 교육을 책임지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잇달아 폭행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기대고 의지할 존재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학대 피해를 본 아동들의 조치 결과를 분석했더니 63.9%가 가해자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가 있는 경우는 71.1%로 비장애 아동보다8%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아동 특히 장애 아동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가해자와 분리가 힘든 경우도 있지만,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에 53개소뿐이다. 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서비스가 지원되는 쉼터는 전무하고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