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에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안겨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과거 축구계에서 썩 주목받지는 못했던 인물이다.
경남 산청 출신인 박 감독은 경신고와 한양대를 거쳐 지난 1981년 제일은행에서 실업 축구 선수로 데뷔했다.
1981년 일본과의 친선경기 때 대표팀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1985년에는 럭키 금성의 리그 우승멤버로도 활약했지만 ‘선수’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박 감독이 본격적인 조명을 받은 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활약하면서부터다.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
박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란해 패해 동메달에 그치면서 석 달 만에 경질됐다.
K리그 무대에 선 박 감독은 경남FC와 전남 드래곤즈 그리고 상주 상무의 사령탑으로도 활약했지만, 구단과의 갈등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후 박 감독은 동남아에 가서 일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아내의 제안을 부담스럽게 여겼지만 근성과 부지런함으로 버텨냈다.
지난 4월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박 감독을 보고 환호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화면 캡처 |
박 감독은 아버지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스즈키컵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1차전을 치르고자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던 중 비행기에서 부상 선수를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흔쾌히 내주고 대신 이코노미석에 앉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의 따뜻한 진심에 베트남 선수들은 결국 10년 만의 우승으로 보답했다.
베트남의 우승 소식을 반기는 이들 중 일부는 “그의 ‘인생’을 응원했던 것 같다”며 베트남에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