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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범죄 잠재적 가해자?"…"우리도 피해자!"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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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남성들 "누구보다 바르게 살아왔다…잠재적인 성범죄 가해자 아냐" / 전체 남성집단을 잠재적 범인으로 인식하는 건 지양해야
'성범죄 가해자=남성' '피해자=여성'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달리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선량한 남성들은 "우린 잠재적인 성범죄 가해자가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 학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여학생이 남학생을 성추행해 논란이 커지자 결국 자진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여학생은 평소 성폭력에 대해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니냐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찰의 편파수사 논란을 촉발했던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홍대 몰카)' 사건 가해자 안모(25·여)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극심한 성 갈등의 시발점이 됐던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이 다시 한 번 무거운 처벌을 내리자 일부 여성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사례에서 보듯 성범죄에 있어 가해자·피해자가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것 자체는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그보다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한 남녀 대결 의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는 이제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나가야 할 중요 과제가 됐습니다.

하늘 아래 대략 절반은 남성, 절반은 여성입니다. 남녀 대결·증오 의식이나 감정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요? 남녀를 막론하고 특정 성이 차별받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다만 이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남성혐오' '여성혐오' 남녀 갈등 프레임을 씌어 우리 사회에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여학생이 남학생을 성추행해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4일 조선일보는 서울 H대학에 재학중인 A씨가 17일 성추행 논란을 시인하고, 해당 학과 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3일 학교 인근에서 열린 학과 일일호프에 참석해 평소 알고 지내던 남학생 B씨에게 "옆자리에 앉으라"고 수차례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이를 거부했고 A씨는 "술을 같이 마셔주는 것도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A씨는 "이렇게 행동하는 건 성희롱"이라는 B씨의 주의에도 팔을 만지는 등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B씨는 지난 10일 단과대 학생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A씨가 사과문을 올리고 회장에서 자진사퇴하길 바란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술 같이 마셔주는 것도 서비스" 女 학생회장, 男 학우 성추행…파문 일자 결국 사퇴

학생회 측은 A씨 성추행 혐의 안건에 대해 진상 조사에 나섰고, A씨는 사과문을 게재하며 회장직에서 자진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사과문에 "피해 학우가 불쾌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부 의사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무시했다"며 "평소 성폭력에 대해 소리 높여 말하던 제가 이런 행동을 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사건 당일 과음을 했고, 술자리에서 욕설을 내뱉거나 허락 없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A씨는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사과문에 작성된 내용 외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피해 학우에게 가한 행위 인정과 반성이 우선"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유포한 '홍대 몰카' 사건의 여성 모델에게 2심 재판부도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는 지난 20일 오전 열린 안모(25·사진)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것이 검찰의 항소 이유처럼 너무 가볍거나, 피고인의 항소 이유처럼 너무 무거워서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양형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초범이고 아직 어린 나이인데다, 수차례 법원에 반성문을 내고 피해자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내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도 "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사회적 영향력이 큰 워마드에 올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한 점, 지극히 주관적인 분노 표출 외에 동기를 참작하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얼굴과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으로 사회적 이목을 받고 평생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받았다"며 "이뿐만 아니라 향후 같은 직업에 종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피해가 명백해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합의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대 몰카' 사건 재판부 "판결은 가해자·피해자 성별과 무관하다"

검찰은 지난 7월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안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 다음달 열린 13일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은 초범인데다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며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징역 10개월에 성폭력 치료 이수 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안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검찰은 10월25일 진행된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범행의 죄질과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추가 이수명령을 선고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습니다.

지난달 13일 오전 4시쯤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남성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 지인(사진 왼쪽)의 피해 모습과 사건 당시 촬영된 장면(〃오른쪽).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여성혐오 폭력을 제기한 여성 중 한 명에게서 "남성이 발로 찬 걸 본 적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 사건은 '성 편파 수사' 논란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항소심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여성 단체는 안씨가 사건 발생 24일 만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을 두고 '성차별 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남성이 피의자인 몰카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한 반면, 안씨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사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씨 징역형이 결정된 이후에는 '편파 판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이 남성인 다른 사건과 비교해 형량이 과하다는 주장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런 범행에 대해서는 사회적 위험성과 피해를 감안해 가해자·피해자의 성별과는 (판결이) 관계가 없고 성적 욕구 충족, 영리 추구 등 가해자 목적에 따라 (처벌에) 차별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한 유명 사립대학교 온라인 성매매 예방 교육 영상 가운데 한국 사회의 성매매 실태를 묻는 문제와 정답, 해설 모습. 남성과 여성을 각각 잠재적인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로 보는 도식적인 시각에 인권 감수성 강화라는 교육 취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범죄 피해자가 남성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성범죄 가해자=남성' '피해자=여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의 '2018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성인식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 절반(49%) 가량이 "모든 남성을 성범죄 가해자로 본다"며 '미투(나도당했다)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남성 청소년은 "미투 운동 자체는 존중한다면서도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토로하기도 하고,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우월주의자이고,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라는 등의 혐오 발언까지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시립성문화센터 성교육 강의 도중 한 남성 청소년은 '남자를 또 가해자 취급하네'라며 의자를 걷어차고 친구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가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