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은 자체 제작한 동영상에서 동아시아 상황을 설명하면서 ‘북한 15+(핵무기 15개 이상)’라고 표기한 뒤 “이 지역은 수십 년, 수백 년 된 영토 분쟁으로 특징지어진다(the region is characterized by territorial dispute)”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토 분쟁지역 지도에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독도의 서구식 명칭), 쿠릴열도,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표시했다.
주일미군사령부(USFJ)는 최근 자체 제작 영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15개 이상(15+)으로 언급하며, 북한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아시아의 핵위협국가로 규정했다. USFJ 홈페이지 캡처 |
이와 함께 독도의 분쟁지역 언급은 일본 정부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영토문제로서 쟁점화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이를 차단하고 있다. 독도가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 영토라는 기조에서 한·일 간에 독도와 관련한 영토·영유권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주일미군 동영상에 언급된 독도 관련 표기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서 일본의 입김이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창하는 인도·태평양 구상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주도하는 이 전략은 아시아에서 인프라 투자와 해양진출을 추구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이 강하다. 서로 유사한 대외 정책을 갖고 있고, 일본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 확대가 주일미군의 동영상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는 한·미 동맹 지위 하락과 동맹의 기반인 군사협력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