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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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에 건설사들 '반색'…주변 부동산 과열 우려도

업계·시장 영향은 / “고사 직전 중소업체 회생 기회” / SOC 신속 추진 낙수효과 기대 / 실제 공사 수주까진 시간 걸려 / 일각선 “체감효과 제한적” 지적 / 당장 땅값 급등 가능성은 낮아 / 홍남기 “주시하면서 대응할 것”
24조원 규모의 지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결정이 발표되자 건설업계가 반색했다. 강화된 주택시장 규제와 내수부진 등의 여파로 건설경기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신속 추진 계획이 업계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최소 2∼3년은 걸려 체감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대상에 서부경남KTX가 포함된 29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 이를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있다.
29일 기획재정부가 전국 주요 예타 면제 사업을 담아 발표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 방안에는 20조원 규모의 SOC 관련 사업이 포함됐다. 이들 사업은 통상 1∼2년이 걸리는 예타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지에 따라 신속한 추진이 가능해졌다.

경기지표 하락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아직 신년 사업계획도 세우지 못했던 업계는 이번 발표에 반색했다.

강영길 대한건설협회 주택·인프라 국제협력실장은 “4대강 사업 이후 SOC 예산이 꾸준히 감소해 왔는데, 이번에 예타 면제 대상이 발표되면서 건설·인프라 분야의 사업 투자가 증가하게 돼 매우 고무적”이라며 “예타 면제가 건설업계의 일감이 늘어나는 동시에 주택사업 말고는 신규 사업이 없어 고사 직전에 있던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이 회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타 면제로 신속 추진되는 SOC 사업이 불러올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대표적인 게 고용창출이다.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고용을 보여주는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업은 2014년 기준 5.9명으로, 반도체(3.1명)의 2배에 달한다.

발표하는 홍 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전국 17개 시·도 23개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29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포천시청에서 열린 전철 7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확정 합동브리핑에서 박윤국 포천시장(앞줄 가운데)과 포천시민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예타 면제가 올해 건설 수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등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대형 SOC 사업의 실제 발주까지 시차가 있어 본격적인 체감효과는 내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주요 사업지 인근의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 가격 급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장기간 추진되는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 등이 당장 지역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지만 인근에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이 예정된 곳에서는 이번 예타 면제에 따른 교통여건 개선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업들이 도심·밀집지역 대상이 아니고 SOC나 산업단지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