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 관계자는 11일 “1년이 넘도록 행정안전부로부터 몰래카메라(몰카) 관련 내용이 하달된 적이 없다”며 “청소 도우미들이 화장실 청소 후 특이사항을 보고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사는 청소 도우미들이 청소하면서 불법촬영 카메라 이상 여부를 보고한다. 몰카 탐지가 가능한 장비도 없을뿐더러 장비를 이용해 탐지할 인력도 따로 배정되지 않았다. 이곳의 한 도우미는 “몰래카메라 점검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청소할 때 특별한 것이 없어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행안부는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공중화장실 5만121곳에 대해 불법촬영 카메라 색출에 나섰다. 하지만 협조 지시가 전달되지 않거나 현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건도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의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은 전국 시·도 등 지자체나 주요 공공기관에 협조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문을 받은 기관은 또 산하기관에 지시를 내리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공문 전달이 누락되는 등 업무 전달에 구멍이 생긴다.
또 행안부는 몰카 점검 주체가 지자체라는 입장이지만, 지자체는 중앙기관인 행안부 등에서 주관하는 것이라고 공을 넘기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불법촬영 카메라가 주로 공중화장실이 아닌 사유지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총 6465건이 발생했다. 반면 지금껏 정부와 경찰 점검에서 공중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설치를 적발한 건수는 전무하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화장실 몰래카메라는 대부분 남녀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민간화장실에서 발생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가 공중화장실을 샘플링해 점검하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정말 몰카 범죄를 막고 싶다면 공중화장실이 아닌 민간화장실에 중점을 둬야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