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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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빽이고 실력이었다” IBK투자증권 신입사원 채용비리 사실로 드러나

2016∼2017년 IBK투자증권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채용 부정을 저질러 기소된 임직원들은 회사 안팎의 각계각층 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이 입수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회사 부사장의 지도교수와 전임 사장, 인사팀장의 대학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까지 각자의 제자나 자녀 등을 잘 봐달라고 청탁했다. 

 

2016년 공개채용 때는 당시 김모 부사장이 모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밟던 도중 지도교수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자신의 조교인 김 모 씨를 이 회사에 입사시켜달라고 부탁하며 이력서도 전달했다.

 

김 전 부사장은 이 지원자의 이름과 연락처 메모를 당시 채용 담당 임원 박모 씨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이 지원자는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이력서 제출 등을 안내받는 '특별대우'를 받았을 뿐 아니라 서류전형,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등에서 모두 불합격권이었는데도 합격권으로 점수가 조작돼 결국 최종합격했다.

 

IBK투자증권의 사장을 지낸 뒤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의 대표로 일하던 조모 씨도 전 직장에 채용 청탁을 넣었다. 그가 청탁한 대상은 당시 중소기업청 차장이었으며,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차관까지 지낸 최모 씨의 아들이었다.

 

최 전 차장의 자녀를 합격시키면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이 조씨의 청탁 취지였다. 이 지원자 역시 불합격권이던 점수가 조작돼 최종 합격했다.

 

이밖에도 당시 IBK투자증권 인사팀장이 같은 부서 직원 남자친구의 점수를 조작해주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친구가 취업이 되지 않아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고 직원이 걱정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과거 대학 시절 하숙집 주인의 딸도 점수를 올려 최종면접 기회를 줬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자녀 취업을 걱정하면서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공개채용에서는 당시 전무급 인사들이 직접 '채용 민원'을 넣거나 이전 증권회사 동료가 자녀 등의 채용을 청탁한 경우가 적발됐다. 청탁 대상이 된 지원자들은 불합격권에서 최종면접 대상자로 점수가 올라갔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월 IBK투자증권 인사 담당 임원 박모(60)씨와 인사팀장, 전 부사장 등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재판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