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왔냐! 다시 들어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주변에서 수시로 들리는 소음이다. 주인공은 ‘동해일출TV’를 방송하는 유튜버 김창호씨. 김씨는 수시로 이곳에 찾아와 고성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 김씨는 경찰이 다가가면 ‘헌법 제21조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근거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김씨가 내는 소음 탓에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난 6일에는 정치 비평 유튜브 채널인 ‘고양이 뉴스’에 15분가량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조회수 10만회를 넘긴 이 영상은 유튜버 원모씨가 쥐약을 구매해 포장하고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담겼다. 원씨는 경찰의 제지를 받아 상자 전달을 실패하자 급기야 편의점에서 택배를 부치고는 “보냈지롱”이라며 웃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위협”이라는 입장이고 원씨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법원의 보석 허가 이후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유튜버들이 ‘개인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도가 넘는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난 6일부터 20일까지 약 보름간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112 신고 21건이 접수돼 출동했다. 같은 곳에서 하루에 1건 이상 신고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튜버들의 행동을 두고 명백한 현행법 위반인 데다 공권력을 낭비하게 하는 원인도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쥐약을 보낸 원씨의 경우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선물과 약이라고 속이고 쥐약을 전달하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전 대통령 측이 원씨의 처벌을 원할 경우 원씨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생중계한다며 수시로 찾아와 고성을 지르는 김씨도 경범죄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인근소란죄가 적용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지고 처벌 이후에도 소란을 부릴 경우 중복 부과도 가능하다.
특히, 국민의 치안을 지켜야 할 경찰 공권력이 유튜버들로 인해 분산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유튜버들의 행위로 주민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 인력이 출동할 수밖에 없어 그 사이 치안 위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하면 유튜버들이 모른 척을 하기 일쑤”라며 “경찰이 떠나면 다시 소란을 피워 매일 경찰이 이 전 대통령 사저에 의미 없이 왕복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전 대통령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역 주민 A씨는 “유튜버가 최소 하루에 1번은 괴성을 지르는 것 같다”며 “외출하기도 겁나고 집안에서도 신경이 계속 곤두 서 있다”고 말했다. B씨도 “소란스럽게 데모하는 소리를 매일 듣고 통행 자체가 힘들다”며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견해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경찰을 기만하거나 주민들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문채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에 속하지만 이 권리가 무한대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주민들이 갖고 있는 행복한 삶을 살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도 “개인의 자유는 있지만 주거의 평온을 해칠 정도라면 경찰 등 공권력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