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체포했습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17일 오전 윤씨를 체포하고, 서울동부지검 청사로 압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수사단은 윤씨 주변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조사, 사기 등 윤씨 개인비리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씨는 2017년 11월부터 건설업체 D사 대표를 맡아오다가 지난해 5월 해임됐습니다. 수사단은 최근 D사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씨가 전격 체포됨에 따라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2013년 검찰·경찰 수사에서 김 전 차관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최근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 전 차관과 금품거래를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했습니다.
윤씨는 자신이 소유한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수사당국이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윤씨의 구체적 진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키맨' 윤중천 체포, '김학의 성범죄 의혹' 수사 탄력 붙을 듯
최근 윤씨가 '문제의 동영상' 속 인물을 두고 "김 전 차관과 비슷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윤씨 진술 신빙성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윤씨 발언 중에는 김 전 차관과의 관계와 성범죄 및 인사 청탁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적잖은 파문도 예상됩니다.
검찰 수사는 윤씨 발언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5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윤씨와의 인터뷰 영상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윤씨는 인터뷰 영상에서 이른바 '별장 성범죄' 의혹을 불거지게 한 동영상 속 등장인물에 대해 과거 검찰 수사에서 "(김 전 차관과) 비슷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앞서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을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으나, 최근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에서는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차관은 여전히 '윤씨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씨는 또 인터뷰에서 과거 김 전 차관과 막역한 사이였고, 그의 승진을 위해 지인을 통해 청와대 측에 청탁했다는 의혹도 폭로했습니다. 유력 정치인의 형인 지인을 거쳐 김 전 차관 승진을 청와대 측 인사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수사단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윤씨 발언 내용의 사실 관계를 따져본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수차례 김 전 차관과의 관계를 부인했던 윤씨의 달라진 진술을 바로 신뢰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김학의 "윤중천 알지 못한다"…'진실게임' 벌어지나?
윤씨가 여러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벌인 만큼 그동안 검찰은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추적해왔습니다.
2013년 첫 수사 때도 윤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저축은행에서 240억원을 부당 대출받고, 그 대가로 저축은행 임원에게 2억원 상당의 빌라를 준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서울 동대문구의 한방상가 개발비를 횡령하고, 상가 분양자 몰래 개발비를 담보로 대출받은 혐의도 드러났지만, 증거 부족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윤씨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비리 의혹 등을 단서로 삼은 검찰의 수사는 결국 김 전 차관을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윤씨 진술을 바탕으로 2005∼2012년 김 전 차관이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습니다. 진술 이외 뚜렷한 증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2012년 마지막으로 윤씨와 김 전 차관 사이 뇌물이 오갔다면, 뇌물공여죄 공소시효 7년이 넘어가 윤씨는 처벌받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다만 김 전 차관의 경우 수뢰 액수가 3000만원을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뇌물죄 공소시효(10년)가 아직 살아있습니다.
김 전 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수사단은 윤씨로부터 더욱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돈이 오갈 당시 직무 관련성 등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