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 너무 빨리 아저씨가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하여/야마구치 슈 지음/이연희 옮김/한스미디어/1만5000원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한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고 기득권의 이득을 놓지 않으려 한다.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랫사람을 우습게 여긴다. 낯선 사람과 이질적인 것에 배타적이다.”
지금 시대 아저씨들은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전 세대가 누렸던 많은 것들, 직장에서의 안정된 은퇴와 노후, 가정에서의 존경과 권위 등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남은 것은 나이 든 부모의 봉양과 끝없이 길어지는 자식들 뒷바라지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그나마 지니고 있던 지식과 경험의 가치는 속절없이 떨어져간다. 오히려 수명은 길어져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 이런 삶의 무게에도 간간이 터져 나오는 일부 몰지각한 아저씨들의 사건사고 탓에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금 50∼60대의 아저씨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평생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상실하기 이전에 사회 적응을 마친 ‘마지막 세대’이다.
그러나 일본의 인기 아저씨 저자는 반기를 든다. “아저씨가 내리막길이면 사회도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장년부터 노년에 걸친 시기가 아름답고 훌륭하지 못하다면 인생은 물론 그 사회 역시 매우 암울할 것이다. 이것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아저씨가 빛나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일본에서 인기 작가로 뜨고 있는 야마구치 슈의 신간이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것은 ‘미의식과 지적 전투력을 높여 유동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으로 무장한다면 높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유동성’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고, 이것이 높아지면 속절없는 쇠퇴를 막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인맥, 자본, 지식, 경험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후원하는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을 하나의 길로 제시한다. 더불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를 재설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나이에 무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이야말로 쇠퇴를 늦추고 새로 진화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