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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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기후변화로 대기 정체 심해져 / 고농도 미세먼지 더 자주 발생 / 북극에도 쌓이며 온난화 가속 / 서로 악영향 미치며 우리 삶 위협

과거 수만 년 혹은 수십만 년 동안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봐도 지금보다 기온이 높았던 시기는 없었다. 특히 지난 100여년간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이 섭씨 1도 이상 상승했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시기를 인류의 역사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역사로 확장해보면 어떨까. 공룡의 시대, 그 이전에 여러 파충류나 포유류가 번성했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 지구의 기온은 오히려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수천만 년, 수억 년 전에는 기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북극이든 남극이든 지구상 어느 곳에도 빙하·빙산이나 영구동토층이 없었던 시기가 수억 년간 지속했다.

지구 기온이 높았던 당시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수천 ppmv(100만분의 1의 공간에 담긴 이산화탄소의 양)였으니 현재 400ppmv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그때에는 육지가 지금처럼 여러 대륙으로 나뉘어 있지도 않았다. 지구에는 한 개의 대륙만이 있어서 해류의 흐름에 막힘이 없었고, 열대-중위도-극 지역 사이의 열 수송이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량이 많은 것에 추가해서 해양 열 수송이 원활했기 때문에 극 지역에서도 영상의 기온이 유지될 수 있었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 대기과학

지금 기후학적 여름이 되려면 아직 며칠 더 남았는데, 벌써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이 많다. 올해 여름이 작년보다 더 덥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의 더위는 별것이 아니다. 아무리 덥다 해도 북극 해양과 남극 대륙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시베리아의 일부 지역은 영구동토층으로 남아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말에도 이런 상황이 완전히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문제이지 지구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는 미세먼지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듯하다. 우리나라 주변에서는 온난화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약해져 미세먼지 고농도를 일으키는 대기 환경이 더 자주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여도 고농도 일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역으로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노후화된 많은 디젤 버스나 트럭에서 뿜어져 나왔던 검댕 에어로졸이 햇빛을 직접 흡수해서 이산화탄소처럼 온난화를 가속했다. 우리는 다행히 정부의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상황이 많이 호전됐지만 문제는 중국과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아직도 이런 노후화된 차량이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댕을 비롯한 미세먼지는 북극까지 흩어져서 얼음이나 눈 위에 쌓이기도 한다. 그러면 햇빛의 반사도를 줄여서 그 지역의 온난화를 가속한다. 고위도 지역의 기온이 높아지면 열대 지역과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고 기압경도도 약해져 중위도 지역에서는 바람이 약해지고, 미세먼지 고농도가 더 자주 발생한다. 그러면 이 미세먼지는 또 극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얼음과 눈의 반사도를 약화한다.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사이에는 서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양의 피드백이 작동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온난화를 가속할 뿐만 아니라 강수량의 강도와 일수에도 영향을 주고 심지어 태풍의 세기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미세먼지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에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많지 않다. 특히, 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중국의 영향을 직접 받는 우리나라는 그 피해가 가장 클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뚜렷하지 않아 더 안타깝다. 작년 여름의 혹독한 더위에 이어 올여름 무더위도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아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 대기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