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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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극단적 선택까지… 끝 모르는 ‘리벤지 포르노’

구속·징역형 등 처벌 잇따르지만 “미약” 지적도

헤어진 연인의 신체 사진이나 성관계 등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가지고 협박하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다. 수사기관에 적발돼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미약한 탓에 비슷한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남부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A(24)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월23일 광주 남구의 한 모텔에서 전 여자친구 B(21)씨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사진을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씨에게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B씨는 같은 달 28일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수 구하라(28)씨도 전 남자친구와 쌍방 폭행과 리벤지 포르노 협박 사건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구씨는 지난해 전 남자친구가 과거 구씨와 함께 찍은 내밀한 영상을 보내면서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공개된 뒤로 심적 고통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었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지난 4월27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2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8∼10월 사이 12차례에 걸쳐 전 여자친구인 D(15)양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D양이 새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이별 통보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내연녀를 협박하고 때린 경찰 간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협박과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경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경위는 피해자를 협박하려 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는 2013년 2300여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7년 5400여건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른바 ‘몰래 카메라’가 포함된 통계이지만 상당수가 헤어진 연인이 유포한 촬영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리벤지 포르노 범죄가 갈수록 느는 이유를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리벤지 포르노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서 “법무부는 이미 불법촬영물 유포 행위에 대해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며 “해당 범죄는 벌금형을 배제하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법률 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돼 있기 때문에 그런 법안들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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