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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日 멤버 퇴출·일제 불매”… 경제보복에 ‘분노’

[이슈톡톡] 정부도 “상응 조치”… “침착해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2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TV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나 여행 자제는 물론, 일본 국적의 걸그룹 멤버들을 퇴출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침착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한다.

 

◆靑 청원 등장… 트와이스·아이즈원 ‘도마’에

 

4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보면 지난 1일 올라온 ‘일본 경제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사흘 만에 1만7000여명이 넘게 참여했다. 청원인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 부품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한다”며 “오히려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록 일본이 특별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어느 정도는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나라를 통해 대체재를 확보, 제품의 탈일본화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또 “우리 국민들 먼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일본 관광 불매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출 요구가 나오고 있는 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들. 왼쪽부터 미나, 사나, 모모.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룹 ‘아이즈원’의 일본인 멤버들. 왼쪽부터 야부키 나코, 미야와키 사쿠라, 혼다 히토미. 세계일보 자료사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에서는 과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면 안 되는 일본 제품들’이란 제목의 글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글에는 소니, 니콘, 유니클로, 세븐일레븐, 닛산 등 90여개 기업 목록과 함께 ‘이들 기업이 일본 우익단체들을 후원하고 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는 글이나 예정돼 있던 여행을 취소했다는 인증글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 국적 연예인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사나, 모모, 미나와 ‘아이즈원’의 미야와키 사쿠라, 혼다 히토미, 야부키 나코 등 멤버가 지목됐다.

 

◆부총리 “보복이 보복 낳으면 일본에도 불행”

 

우리 정부 역시 ‘상응 조치’를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본은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에 대해 경제에서 보복한 조치라고 명백히 판단한다”며 “보복 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기에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일본이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조치들로 맞서겠다”면서 “보복이 보복을 낳는다면 일본에도 불행한 피해가 될 것이기에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단체 ‘겨레하나’의 한 남성 회원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 이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번 일은 정부 간 갈등이 여기까지 온 것인데 국민 감정까지 실리게 되면 정말 사태가 걷잡을 수 없고, 또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원래 보복조치 리스트에 들어 있던 비자 발급 제한을 뺀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품목이 더 늘 수도 있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과 신뢰 회복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