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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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않고 전기료 인하만 ‘만지작’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

전문가가 본 ‘정부 기획 능력’은/ “포스터 멀리서 봐도 메시지 명확해야/ ‘뭘 더 넣을까’ 대신 ‘뭘 뺄까’ 고민을”
한국 배출량 OECD 5위… 증가율 1위/ 2030년까지 3410만t 감축 해법 없어/ 저탄소 사업 수백개… 효과 확인 못해/ ‘녹색성장’ 내건 MB정부 배출량 최대
감축 계획 이행 점검 시스템도 전무/ 탈원전 문제 등 정치 프레임에 매몰돼/ “학교 기후변화 교육은 지식전달 수준/ BTS가 메시지 던지면 관심 가질지도”

◆“환경부 캠페인은 뜬구름 잡는 얘기”

 

“휴… 개막식, 시도별 행사, 친환경 소비 캠페인, 그린공항 만들기… 많이 갖다 붙이긴 했는데,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건지는 하나도 모르겠네요.”

 

문화기획자 류재현 ㈜류스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진행된 환경부의 ‘지구의 날’ 홍보 포스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포스터는 100m 밖에서 봐도 ‘아, 이런 행사구나’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대응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매년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지구의 날(4월22일), 환경의 날(6월5일) 같은 기념일에 하는 연례 행사는 물론 ‘1인1t 줄이기’처럼 수년째 진행하는 캠페인도 있다. 하지만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 대표이사는 ‘나의 지구를 구해줘’라는 제목이 붙은 지구의 날 포스터를 두고 “기본적으로 참여자가 어떻게 지구를 구할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만 담겼더라면 훨씬 효과가 컸을 것”이라며 “정부는 홍보행사에 ‘무얼 더 넣을까’를 고민하는데, 반대로 ‘무얼 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1인1t 줄이기 캠페인에 대해서도 “보통 시민이라면 1t이라는 게 얼마나 되는 양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1t을 줄이자’고 하면 (정부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 같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추상적이고 애매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민간 마케팅 전문가 박모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일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되물으며 “정부는 예산을 얼마를 썼고, 자문회의를 몇번 소집했고 하는 인풋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반면, 민간기업은 일의 결과인 아웃풋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정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복잡하게 다 넣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제발 수용자 입장에서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회 곳곳 ‘기후위기 불감증’

 

‘온실가스 3410만t’

 

아직까지 어떻게 감축해야 할지 묘안을 찾지 못한 온실가스양이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를 2억7650만t 줄여야 하는데 그중 3410만t(12.3%)을 어디서 줄여야 할지 몰라 ‘추가감축 잠재량’으로 놔둔 상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기대만큼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온실가스 배출량 5위, 배출 증가율 1위(1990년 대비)의 ‘기후악당 국가’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현 공무원과 환경단체, 청소년기후소송단, 교사들을 만나 각자가 느낀 ‘기후위기 불감증’을 들어봤다.  

 

#1. “감축 계획만 짜면 뭐하나요”

 

“지난해 폭염으로 남은 건 전기요금 인하밖에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해요. 폭염이 온난화 때문이면 탄소를 줄이자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 건데, 전기요금 내리자는 이야기만 있었던 거죠. 올여름도 마찬가지고요. 저는요 솔직히, 이번 정부도 기후변화 쪽은 포기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공무원 A씨)

 

우리나라 기후변화 최상위법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다. 이에 따라 녹색성장위원회가 구성되지만,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부처마다 펴는 정책은 이행점검 시스템이 없다.

 

“맨날 계획만 세우면 뭐해요. 이행점검하는 체계가 없는데. 정부에서 몇십개, 몇백개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얼마나 온실가스가 줄었는지 확인은 제대로 안 되죠.”

 

공무원 B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떻게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 프레임이 씌워져 있어요. 원전은 정치논리에 매몰돼 있고, 전기요금 인상은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고.”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영국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10년간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선임기후변화에너지 담당관을 지냈다.

 

“영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의 1.3% 정도예요. 기후변화가 영국을 위협하는데, 영국만 열심히 한들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나라도 동참할 수 있도록 외교팀이 부지런히 움직여요. 각국 대표적인 연구소에 수억원씩 펀딩도 하고요.”

 

지난해 30년 공무원 생활을 뒤로하고 현재 기후변화 전문가로 활동 중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관료사회라는 게 기본적으로 ‘주어진 일이니까, 원래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니까’ 하고 움직이잖아요. 지금껏 정부·국회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정말 마음으로 일하는 이는 못 본 것 같네요.”

 

#2. “기후변화도 정치 이슈가 됐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환경단체도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환경운동, 그중에서도 기후변화·에너지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어요. 그 한 줌의 자원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로 가득한 도로,

국내 환경단체에서 기후변화 운동가는 많지 않다. 그마저도 에너지 관련 포럼이나 토론회 활동 위주고, 대중과의 접점은 별로 없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환경단체마저 대중 캠페인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9년 녹색성장을 내건 이명박정부는 배출 감축목표를 발표해 국제적으로 찬사를 받았죠. 그런데 임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은 21.8% 늘었어요. 그 어떤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증가세였죠. 기후변화가 정권을 위한 이슈로 다뤄지면서 환경운동가로서 무력감, 트라우마 이런 걸 겪었어요.”

 

이명박정부는 대통령 임기를 이틀 남긴 2013년 2월22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t(추정) 더 늘었다.

 

“저희같은 대중단체는 대중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다루거든요. 정부, 시민, 언론 모두 ‘온실가스가 어떻게 돼요’라고 하면 잘 안 들어줘요. 이런 분위기에서 정면으로 기후변화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죠.”

 

#3. “BTS가 홍보하면 달라질까요?”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는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풀뿌리 운동’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여름 청소년기후소송단(청기소)이 결성돼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집회를 가졌다. 하지만 수천∼수만명이 참여한 외국과 달리 최대 250명 정도가 참가했다.

 

한동연군(성일고 3학년)도 그중 한 명이다.

 

“제가 참여한다고 했을 때 주변 친구들 반응은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가 반, ‘그거 입시에 도움되냐’가 반이었어요. ‘온난화면 지구가 더워지는 거 아니야? 뭐 그런 일로 그렇게 열을 내냐’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음… 만약에 BTS가 기후변화 메시지를 던진다면 청소년들 태도가 많이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호주에서 살다 올 초 우리나라로 돌아온 김유진양(서울외국인학교 고2)도 청기소에서 활동 중이다.

 

“저는 호주에서도 등교거부에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저희 학교 참가자가 둘뿐이었는데 한 달 뒤에는 15∼20명이 같이 갔어요. 학생들의 사회참여가 더 오픈돼 있고,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요.”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교육에서 기후변화는 지식전달의 소재일 뿐이라고 했다.

 

“기후변화는 사회, 과학 같은 교과목에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어 종합적으로 살펴보기는 어려워요. 지식도 부족한데 사회참여 경험도 적으니 기후변화 운동이 크게 성장하기 어려울 수밖에요.”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