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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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단속의 역설… ‘고사 위기’ 처한 재활용업체 [뉴스+]

정부 단속 강화 1년 실효는 / 매장 수거 일회용컵 72% 줄었지만 / 밖에 들고 나가는 컵 여전히 많아 / 전체 사용량 14% 소폭 감소 그쳐 / 컵 회수량 줄어 수거체계만 흔들 / “보증금제 등 재활용법 시행 시급”
사진=연합뉴스

수도권과 충청도 커피전문매장에서 쓰고 버린 일회용 커피컵을 회수하는 재활용업체 주양J&Y는 7명이었던 수거 전담인력을 4명으로 줄였다. 조호상 대표는 31일 “많게는 일주일에 세 번씩 회수하던 걸 요새는 한달에 한 번까지 수거일이 줄었다”며 “적자가 늘어 컵 회수를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수도권 컵 회수 업체는 총 세 곳인데 그중 또 한 곳인 대원리사이클링 역시 수거량이 5분의 1로 줄면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다. 이 업체도 수거기사 두 명이 지난해 말 일을 관뒀다. 이만재 대표는 “우리 같은 사회적 기업도 수거기사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득은 보장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일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제한만 신경쓴 탓에 잘 돌아가던 컵 수거체계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1일은 환경부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 안의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강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21개 브랜드와 자발적협약을 맺고 같은 해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단속했다.

그 덕에 매장에서 수거된 일회용컵은 지난해 7월 206t에서 지난 4월 58t으로 72% 줄었다. 특히 단속이 강화된 8월부터 감소폭이 컸다. 수거량 감소는 수거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더는 사람들이 일회용컵을 쓰지 않아 수거 체계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해하면 되지만, 문제는 전체 일회용컵 사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자발적협약 업체의 총 일회용컵 사용량은 14.4% 주는 데 그쳤다. 여전히 매장 밖으로 가져나가는 컵은 일회용컵이 ‘대세’라는 의미다. 이런 컵은 사용자가 분리배출하지 않는 한 일반 쓰레기와 섞인 채 소각·매립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거체계가 무너지면, 다시 구축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궁극적으로는 (텀블러 같은) 다회용컵 사용을 늘려야겠지만, 그 중간 과정에서 컵보증금제를 도입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컵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9월 한 차례 환경노동위원회 환경소위원회에서 논의됐을 뿐 진척이 없다. 환노위 내부적으로 도입 여부에 이견이 있어 속도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대로라면 지난해 법 개정을 마치고 올해 제도가 본격 시행됐어야 한다.

커피찌꺼기(커피박)도 활용가치가 높은 폐자원이지만 수거체계가 없어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실정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