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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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 시험중단' 신라젠, "'술전요법' 집중"…새로운 도전 의지 피력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라젠이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시험 중단과 관련해 앞으로 표적항암제가 아닌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투여 임상과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는 수술 전 요법인 '술전요법'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동안 진행해온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은 조기 종료돼 더는 환자를 모집하지 않는다.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고 회사는 확인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와 권혁찬 임상총괄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현재 진행 중인 병용 투여 연구 현황을 공개했다. 

 

현재 신라젠은 신장암, 대장암 등을 대상으로 펙사벡과 흔히 면역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권혁찬 "항암 바이러스 기전으로 봤을 때 면역항암제와의 병용투여에서 가능성 더 클 것"

 

권 전무는 "면역관문억제제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면역세포가 암 조직 안에 있어야 하는데, 면역세포를 암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항암 바이러스의 기전으로 봤을 때 면역항암제와의 병용투여에서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봤다. 

 

신라젠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는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신장암 환자 대상으로 미국 리제네론사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와 펙사벡을 함께 투여하는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이 연구는 현재 임상 1상 진행 중이다.

 

앞서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용량 결정 임상시험에서 1명의 종양이 완전히 소실되는 완전반응(CR)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요법(정맥투여방식) 환자군 11명을 모집 완료한 상태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와 펙사벡을 함께 투여하는 대장암 임상도 진행 중이다. 등록 환자 중 1명에서 통증 감소와 대장암 암 수치 정상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이 결과는 내년 1월에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위장관종양 심포지엄'(GI ASCO)에 초록 접수할 예정이다.

 

앞으로 진행할 임상연구도 공개했다.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된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미국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임상시험 설계, 임상시험 진행 병원 선정이 완료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첫 환자를 등록할 예정이다. 

 

대장암, 췌장암, 담도암, 위암 등 소화기 암종과 폐암, 흑색종 등을 대상으로 BMS의 옵디보와 펙사벡을 병용하는 임상시험도 곧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 부인암 수술 전 펙사벡을 투여하는 술전요법 등에 대한 연구도 계획 중이라고 신라젠은 밝혔다.

 

◆주주들 "회사 소통 노력 부족" 쓴소리

 

권 전무는 "'펙사벡이 물약이 아니냐'고 하는데, 제가 직접 경험해봤고 일부 환자에서 완치를 보았다"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넥사바와의 병용투여 임상은 조기 종료가 됐지만 이건 여러 임상시험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암 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면역항암제와 펙사벡을 투여했을 때 효과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임상시험 등에서 확인됐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라젠은 문 대표의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을 알리고, 최근 주식 매도로 논란을 빚었던 임원의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간담회에는 주주 수십 명이 참여해 "회사가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며 소리를 높였다.

 

앞서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무용성 평가 결과 발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초 약 88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도한 바 있다.

 

송명석 부사장은 "무용성 평가 결과를 미리 알고 팔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면서도 "회사가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임원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건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