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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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소미아로 흔들리는 한·미동맹, 외교라인 뭘 하고 있나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 정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27일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고 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일 간 최근 불화를 고려할 때 리앙쿠르암(독도의 미국식 표기)에서의 군사훈련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계속 진행 중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독도방어훈련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미국이 우리 군의 연례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 사이의 영토분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그동안 독도방어훈련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명박정부 당시 일본의 잇단 독도 도발로 한·일 갈등이 첨예했을 때도 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랬던 미국이 독도방어훈련을 비판한 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의 갈등을 이유로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을 흔들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폄하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한·미 간의 틈은 더 벌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이 어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하면서 우리의 외교 고립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일본과의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어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과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이번 결정에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시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사실상의 유감 표명이다. 한·미관계의 이상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의 외교 현안 대응방식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어떻게 나라와 국익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