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부가 지난 28일 주한미국대사를 불러 한일군사정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실망과 우려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미국 측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국무부는 계속해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다만 한국 측을 중심으로 우려를 전하던 기존 입장과 달리 일본도 포함해 ‘양측’에 실망했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 韓에 대한 실망 표출해 온 美…이번엔 日도 실망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취임 한 달을 맞아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와 서울의 상대에게 실망감을 표현했었고 양측에 해결을 권고하고 촉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지소미아 종료 발표 이후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은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 “한국이 그때(지소미아 종료 전)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라며 한국을 중심으로 우려를 전해왔는데 일본에 대한 실망감을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에게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더 큰 위협 등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위협이 있다”며 “우리는 함께 협력할 때 더욱 강해진다”고 동북아안보 차원의 한·미·일 동맹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한·미·일 3국간에 효과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갖고 있지만 양국 간 정보공유 합의와 같이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지소미아 복귀를 강조했다.
◆ 외교부 美에 자제 요청했지만 여전한 우려 표명
한국 외교부는 이같은 미국의 공개적 우려표명이 자칫 한·미관계의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미국 정부가 한국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시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는 것은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독도 방어훈련에 대한 우려를 전한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훈련은 영토 수호목적에서 연례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을 계속해서 표출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조 차관의 자제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적인 외교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한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