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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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줄줄이 늘어나나… 대법원 파기환송에 '긴장'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태 주범인 박근혜·최순실·이재용의 2심을 다시 판단하라고 결정하면서 세 사람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파기환송 결정이 나오면서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구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재용 대법원=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액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을 위해 제공한 말 3필이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뇌물수수죄는 취득을, 취득은 뇌물에 대한 처분권 획득을 의미하는 탓에, 소유권이 명확히 넘어가지 않더라도 삼성이 최씨에 말을 준 것이 맞다고 인식한 것이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은 말 3필의 경우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고, 말 구입액을 제외한 사용대금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즉 이날 재판부가 말 구입비 34억원도 뇌물로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70억원으로 늘었다. 

 

대법원은 또 이 부회장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앞서 2심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안이다. 대법원은 삼성이 16억원을 지원하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이란 현안이 존재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기존 36억원에서 50억원이 증가한 86억원이 됐다.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량도 늘어날 듯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선고하지 않은 만큼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선거권과 관련되기 때문에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 즉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과 구분돼 선고돼야 한다. 이에 기존 다른 범죄 혐의와 묶어서 선고했을 때와 달리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 관련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이틀 앞둔 지난 27일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동 출입구 앞에서 방청권 추첨을 기다리고 있다. 방청석수 88석보다 적은 81명이 방청을 신청해 추첨 없이 전원에게 교부했다. 남정탁 기자

이날 대법원은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최씨에 대해서도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씨에 대해서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다시 판단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다만 대법원은 최씨가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 과정에서 받은 말 3필이 삼성과 최씨 사이 말 소유권 이전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고,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최씨의 뇌물수수액이 증가한 만큼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심은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