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약 없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신 사상 초유의 ‘대국민 직접 소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사실상 청문회를 ‘패싱’하고 자신의 변론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 후보자의 간담회를 위해 도 넘는 엄호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간담회 장소인 국회 본청 246호(제4회의장)를 조 후보자에 온전히 내준 것이 국회 사무처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사무처에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명목으로 해당 장소를 대관 신청했다. 실제로 이날 조 후보자의 간담회에 앞서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쏟아지는 의혹과 간담회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서 의총을 진행했다.
위반 소지는 그 다음에 불거졌다. 국회사무처의 시설대관 관련 내규는 제7조(허가의 취소·철회 등)에서 사용신청인 외의 자에게 사용을 위임하는 경우 국회 사무총장이 행사 취소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허가받은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행사 취소 사유가 된다. 제6조(허가의 제한) 역시 사용신청권자가 타인이 주관하는 회의 또는 행사를 위하여 사용신청을 대리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 경우에도 대관 목적과 실질적인 용례가 달랐던 경우로 민주당이 내규를 사실상 무시하고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장소를 하루 단위로 빌린 것이라 상황에 따라 용도가 변경될 수 있다. 우리 당이 안 쓸 때는 다른 당에 빌려줄 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간담회가 2일 오전 사전에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처에 용도 변경에 관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장소 대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본청 245호를 간담회 장으로 못 박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해당 장소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최적화된 국회 본청인데다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이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 역시 위반 소지가 있는 국회 시설 사용에 대해 관리·감독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무처는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회 온라인 정보망인 통합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대관을 신청할 경우 국회의원이 직접 주관·참여하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을 신설했다. 김영란법에 ‘차명 대관’이 청탁 행위로 분류되는 등 그간 내규를 위반한 시설 사용이 비일비재해서다. 하지만 사무처는 별도의 절차만 만들어놓고 위법 또는 부적절한 행사를 그간 방치해 왔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무처가 국회 지원단체이다 보니 의원실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기 꺼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