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춘재(56·사진)를 ‘용의자’가 아닌 ‘피의자’로 불러야 할 듯하다. 경찰이 그를 정식으로 입건했기 때문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1986∼1991)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최근 이 씨를 강간살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는 10여차례 실시한 경찰 조사에서 10건의 화성사건을 비롯해 추가로 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바 있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한 모든 범죄를 그가 저지른 게 맞는지 확인 중인 한편, 그를 정식 입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씨가 자백한 범죄들은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씨를 입건함으로써 국민에게 신상공개할 수 있게 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거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또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이씨는 1994년 1월 당시 그의 충주 자택에서 발생한 ‘처제 살인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번에 화성사건 등으로 입건 됨에 따라 과거 모습(군 복무 당시 등) 외에 현재 모습도 공개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경찰은 지난 8월 화성사건의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이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고 이씨를 해당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화성사건의 3,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DNA가 나오자 경찰은 이씨를 입건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씨는 모방범죄로 결론이 난 바 있는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사건으로 형을 살다 모범수로 출소한 윤모씨는 본인은 범인이 아니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