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가 소멸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위기감에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건강한 도시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다카노 유키오(高野之夫·82·사진) 일본 도쿄 도시마구 구장이 2014년 5월 도쿄 23개 구 중 유일하게 소멸 위기 도시로 도시마구가 리스트에 올랐을 때의 아찔했던 충격을 전했다.
도시마구출신인 다카노 구장은 1999년 구 수장에 올라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6선에 성공했다. 그는 재정 파탄 위기에 몰렸던 구를 살려낸 인물이기도 하다. 구에 따르면 1999년 저금 36억엔, 채무 872억엔으로 마이너스 836억엔이었던 구 재정 상황은 2017년 기준 흑자 166억엔(저금 420억엔·채무 254억엔)으로 돌아선 상태다.
특히 재정 상태 호전 후 신청사를 건립하면서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는 수완을 발휘했다. 2006년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이케부쿠로역 근처에 있던 옛 청사 부지를 민간 부동산개발업체인 도쿄빌딩에 2091년까지 장기임대해주는 대신에 임대료 191억엔을 한꺼번에 받아 신청사 건립비용으로 충당한 것이다. 신청사는 옛 청사에서 700m가량 떨어진 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세워졌다. 2015년 완공된 신청사는 일본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관공서와 아파트의 일체형인 주행복합건물이다. 1∼10층은 행정 공간(구청), 11∼49층은 주택 공간인 독특한 형태로 432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디자인을 담당한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나무를 주제로 설계한 신청사의 녹색 모습이 회색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옛 청사 부지에서는 1일 뮤지컬, 콘서트 등을 관람할 수 있는 하레자 이케부쿠로라는 초대형 복합문화시설이 개관했다. 신청사 건립 사업을 통해 두 개의 랜드마크를 세운 셈이다.
다카노 구장은 여성·어린이친화적인 구정을 여성의 시각에서 전개하기 위해 구청 간부 중 여성의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그는 “현재 구청 직원 2000명 중 여성은 58%인데 과장급 이상 간부 중 여성 비율은 21%밖에 안 된다”며 “여성 간부 비율을 최저 30%, 가능하다면 5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카노 구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문화다. 그중에서도 도시마가 만화·애니메이션의 성지임을 일본 국내외에 적극 부각하고 있다. 젊은 층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애니메이션 거리 조성에 나섰으며, 2∼3일 애니메이션타운페스티벌에 이어 15∼17일 국제만화애니메이션 축제를 개최한다. 다카노 구장은 “인천, 중국 시안 등과 연계한 한·중·일 문화도시 교류 등을 통해 구를 일본에서 국제문화도시로서 존재감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