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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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미세먼지 감축 효과보려면

중국발 미세먼지 막을순 없어 / 온난화에 오염물질 증가 가능성 / 이산화질소·휘발성 유기물 등 / 국내 ‘2차생성’ 요인 줄여가야

얼마 전 정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32%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한·중·일 3개국이 공동으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8년 동안 각 국가에서 관측한 대기오염물질을 분석하고, 2017년을 대상으로 대기질 모델을 이용해 직경이 2.5μm(마이크론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를 발생시키는 국내와 국외 영향을 비교한 결과다.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발생 기여율은 51%이며, 나머지는 몽골이나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중위도를 돌고 있는 서풍을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많은 경우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저기압의 상승기류를 쫓아서 상층으로 올라가고 1~3㎞ 고도에서 편서풍에 실려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 고기압이 위치해 하강기류가 만들어지면 우리나라 상공으로 넘어온 오염물질이 침강하는 것이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대기과학

이때에는 우리나라 공기가 정체돼 있어서 국지적으로 배출된 오염물질도 함께 쌓이게 된다. 한편 편서풍이 강한 경우에는 중국 오염물질이 우리나라에 떨어지지 않고 일본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동아시아 편서풍이 뚜렷하게 약해지고 있어서, 미래에는 중국에서 오염배출이 줄어도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오염물질이 증가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의 기여를 제외하고도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의 기여도가 50%가 넘는다. 이에 국내 배출을 크게 줄인다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훨씬 깨끗해질 것이다. 정부에서는 2005년에 대기질 개선을 위해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시행하며 강화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디젤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대체했고, 디젤자동차에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의 의무화, 노후 자동차의 검사 강화 등 오염물질 저감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다. 이런 결과로 전국의 연평균, 계절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와 비교해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편 최근 서울대 기후물리실험실 연구팀이 국내에서 관측된 미세먼지의 시간변화에 대해 분석했더니 교통량이 많은 출근과 퇴근시간대에 미세먼지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도심이라도 대로변 관측소 값이 크게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10월부터 2월까지 늦가을과 겨울철의 평균값을 살펴보았을 때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며,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지방 중·소도시로 갈수록 시간 변동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서울에서 출근과 퇴근 시간에 나타나는 미세먼지 피크값의 지난 17년간 장기변화를 살펴보니 출·퇴근의 미세먼지(PM10) 피크 농도와 하루 중에 가장 낮은 새벽녘의 값의 차이가 크게 줄었다. 2010년 이후에는 ㎥당 10μg(마이크론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서 2000년대 초에 나타난 20μg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의 변화 경향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 20여년간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미세먼지의 평균농도는 크게 줄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3년 이후에는 그 값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PM2.5는 2018년에 대폭 강화된 대기환경 기준인 연평균 ㎥당 15μg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지속기간이 긴 고농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인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2차생성의 요인이 되는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배출을 더욱더 줄여야 함이 마땅하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대기과학